'유럽파문' 문제 제기하자 농식품부 "검출된 적 없다"

▲ 15일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밥상을 덮친 '살충제 계란' 공포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다.

혹시나 했지만 국내산 친환경 농가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에서 일제히 계란 판매가 중단됐다.

◇ 유럽과 똑같은 '맹독성 피프로닐' =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15일 밝혔다.

남양주 농가 주인은 농식품부 조사에서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사용했다. 피프로닐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피프로닐은 가축과 애완동물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 등을 없애는 데 이용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닭에 대해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자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ㆍ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피프로닐과 함께 경기도 광주의 또 다른 친환경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는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사용되는 '비펜트린' 성분이 사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관계부처 및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5일 0시부터 전국 3000마리 이상 산란계 농가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했다. 시중 유통량은 80∼90%에 해당한다.

규모에 상관없이 15∼17일 사흘간 전국 산란계 농장 1456곳에 대해 살충제 전수조사를 시행한다.

부적합으로 판명된 농장주는 유독ㆍ유해 물질이 들어있거나 우려가 있는 축산물을 판매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15일부터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 계란 판매 '올스톱' = 살충제 검출 소식에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 슈퍼마켓, 편의점들은 계란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쿠팡과 위메프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쇼핑사이트들도 생란과 구운 계란, 과자류 등 계란 관련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를 비롯해 온ㆍ오프라인에서 계란 판매가 모두 중단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유통업체들은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가 순차적으로 결과가 나오면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터진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한판 가격이 70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이번엔 살충제 계란 파문까지 터지면서 추석 성수기를 한 달여 앞두고 계란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가중되면서 가격도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계란 성수기인 추석 시즌이 되면 '계란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계란을 직접 판매할 뿐만 아니라 각종 가공식품 등에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당장 계란을 사용하는 제품 생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제빵ㆍ제과업계도 각종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계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생산 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계란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15일 중 20만수 이상 대규모 농가부터 전수 조사를 마무리하고, 문제가 없는 물량은 16일부터 유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상시 물량의 25% 정도만 유통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15일부터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 정부, 위생관리 구멍 = 당초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촉발됐을 당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농식품부는 '국내 계란에서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당국의 위생 관리에 구멍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계란 생산 단계에서는 그동안 항생제 등만 검사를 했으며,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 검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당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농장 60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피프로닐 검사를 실시했다. 지난 3월 들어서 사실상 제대로 된 정기ㆍ체계적 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이달 두번째로 실시된 정기 검사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피프로닐 검사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이 물질에 오염된 계란이 얼마나 유통됐는지조차 사실상 파악할 길이 없다.

한국소비자연맹도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월 열린 '유통 달걀 농약 관리 방안 토론회'에 참여한 박용호 서울대 교수는 2016년 산란계 사육농가 탐문조사에서 61%의 양계농가에서 닭 진드기 감염과 관련해 농약사용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농가의 농약사용에 대한 교육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밀집 사육하는 국내 양계장의 특성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닭 진드기의 감염률이 매우 높아져 2016년 기준 국내산 닭의 진드기 감염률이 94%에 달한다고 국립축산과학원 자료를 인용해 밝히기도 했다.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확인 결과 계란을 대상으로 한 잔류 농약 검사는 최근 3년 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예견된 사태'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15일부터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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