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폭염에 폐사한 가축 806만 마리, 피해 점점 커져

▲ 폭염을 넘기지 못한 닭

"기껏 공들여서 키워놨는데 여름만 되면 죄다 죽어 나가니 살 맛이 안 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건강하게 잘 살아남는 애들이 많았는데 이젠 멀쩡한 닭을 찾기가 더 힘듭니다."

해마다 뜨거워지는 여름. 전국 축산농가는 비상이다.

평균기온이 해를 넘길수록 높아지면서 더위에 약한 가축들이 속절없이 죽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아열대화'에 대한 우려 속에 축산농가에서는 "이러다 가축 씨가 마르겠다"는 한탄이 새어 나온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축산농가에서 폐사한 가축 수는 모두 806만8천711마리에 달한다.

닭이 707만여 마리로 대부분이고 오리 26만5천여 마리, 돼지 1만4천여 마리 등이다.

▲ '헉헉' 넘 더워요

폭염에 희생된 가축은 2014년 이후로 매년 늘었다.

2014년에는 112만4천206마리가 죽었지만 2015년에는 264만6천242마리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는 429만8천263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도 벌써 285만8천 마리의 가축이 폐사해 지난해 피해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 피해까지 합치면 실제 가축 폐사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늘어나는 가축 폐사는 매년 높아지는 여름철 기온과 무관하지 않다.

기상청의 '기후통계분석자료'에 따르면 2014년 여름철 평균기온은 23.6도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2015년은 23.7도로 높아졌다.

가축이 학살 수준으로 죽어 나간 지난해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26.7도를 기록, 1973년 이래 네 번째로 높았다. 폭염일수도 16.7일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앉을 곳 찾기도 힘든 축사

더위에 취약한 닭의 경우 땀샘이 없어 30도만 되도 헐떡거림 증세를 보인다.

이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낮아지고 죽고 만다.

오리와 돼지 등은 닭보다는 열에 잘 버티지만 폭염 특보 수준의 더위에는 심한 탈수와 스트레스로 폐사에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축사 내부 환경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성대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는 "폭염일수가 늘어나면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 피해가 급증한다"며 "축사에 냉각기와 쿨링패드 등을 설치하고 사료 영양소 조절, 고온 스트레스 저감제 등을 가축에 투여해야 폭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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