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중반 서울 한강다리 밑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피서를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자료

기승을 부리던 삼복더위, 폭염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초ㆍ중ㆍ말복을 합쳐 '삼복'이라고 한다. 초복은 하지후 천간(天干) 중 3번째 경일(庚日). 4번째 경일​은 중복(中伏), 입추 후 첫 경일이 말복이다. 올해는 지난달 12일 초복, 22일이 중복이었고 11일은 말복이 된다.

기상학적으로 초복전후는 장마기간과 겹쳐 고온다습한 무더위 시기다. 긴장마가 끝나거나 끝 무렵으로 습도는 낮아지고 불볕더위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더위를 피해 여름휴가도 시작된다. 말복전후는 무더위가 소멸되기 직전으로 막바지 더위가 힘을 내는 시기다.

복날, 선조들은 보양식을 먹었지만 금기사항이 있었다. 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냇가에서 시원하게 멱을 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니다.

선조들은 '복날에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생각해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여윈다'는 말은 '야윈다'와 같은 의미로 조금 더 강한 표현이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고 체통을 중요시하는 양반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서화를 보면 다소 풍만한 외모가 아름다움(美)과 인격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보인다. 살이 빠져 수척하게 여윈 모습은 아마도 당시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조들의 믿음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도 없지 않다. 고온다습한 초복은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배출하게 된다. 당연히 온수보다는 냉수로 전신 냉수욕을 했을 것이다. 냉수의 찬기운으로 체온이 낮아져 시원함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체온이 낮아지면 몸은 항상성 작용으로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순환계 활동을 하게 된다. 결국 많은 에너지 소모로 목욕하면 외형상 몸이 야위워져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신욕보다는 '탁족(濯足)'이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 보면 상당한 다이어트 효과로 주목을 받아야 할 일이지만, 당시에는 되레 금기시했던 상황이니 시대의 상반성을 느끼게 한다.

중복과 말복의 무더위는 초복과 달리 고온인 반면, 습도가 낮은 환경이 된다. 자외선이 강한 불볕더위에 노출되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 피부노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피부노화 예방을 위해 피부에 수분보충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목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야위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복날 보양식으로 기력을 보충했지만, 목욕을 통해 에너지를 소모하면 되레 문제가 되니 복날만큼은 목욕을 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건강과 미를 위해 '여위는 것'이 금기였다면 현대는 '여위는 것'을 지향하는 시대다. 옛 속설은 초복과 말복에 목욕을 했다면 말복은 목욕을 하지 말고, 초복과 중복에 목욕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말복에는 시원하게 목욕을 해 보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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