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IT 대기업 독점으로 신규창업 감소, 일자리 부족, 불평등 심화"

▲ 조너선 태플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독과점을 계속 묵과할 경우 미국 경제를 갉아먹는 고질병이 될 수 있다면서, 적절한 조치가 조속히 취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속히 움직이고 파괴하라(Fast and Break Things)'의 저자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앤넨버그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스쿨의 조너선 태플린 교수는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은 너무 크고 강해져서 만일 이들이 멈추지 않는다면 깨뜨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구글의 온라인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은 77%에 달해 1956년 전화업체 벨 시스템의 독점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시장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전자책 판매의 70%, 미국 전자상거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을 합하면 모바일 소셜미디어 트래픽의 75%를 점유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들 세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취했던 방법은 새로운 상품 개발보다는 경쟁자 제거를 위한 공격적 M&A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경쟁자가 될 만한 기업을 거액에 사들였고 3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스냅챗에 대해서는 이 사이트의 가장 큰 기능인 '순간 사라짐'을 자사의 모든 사이트에 도입해 스냅챗의 성장을 저지시켰다는 것이다. 스냅은 지난 3월 기업을 공개했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인 17달러에 못 미치는 15달러에 불과하다.

태플린 교수는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죽였다"고 말했다.

구글이 디지털 광고업체 애드몹, 더블 클릭 등을 인수하고 아마존이 온라인 신발 쇼핑업체 재퍼스를 인수한 것 역시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경쟁이나 위협이 될만한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체 분석을 통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가 지난 10년간 436건의 인수합병을 했다고 보도했다. 총액규모로는 1천310억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많은 경제학자가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시장 집중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다"며 "독점은 국민 총소득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의 하락, 불평등의 심화, 신규창업 감소, 고용창출 부족, 연구개발 지출 하락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MIT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터 박사도 최근 논문에서 "유명 테크 브랜드가 경쟁자를 밀어내고 '승자독식'의 슈퍼스타 회사가 되면 그들은 높은 이윤을 챙기고, 그들의 종업원들은 엄청난 급여를 받는 행운을 누리게 되지만, 사회는 전반적으로 그 반대 효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의 독점에 대해서는 전통적 독점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220억 달러에 왓츠앱을 인수했지만, 페이스북은 왓츠앱이 서로 다른 업종에 속해 있어 페이스북의 시장 점유율 증가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쟁자의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고, 성공한 플랫폼이라고 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 독점금지법 대신 대안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독점금지를 개인정보 보호와 동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연방 카르텔 사무소가 "페이스북이 이용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웹서핑 활동에 관한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도록 이용약관을 제시한 것은 일종의 이용자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20억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빅데이터에 대한 통제도 주효한 규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웹서핑 및 온라인 구매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 광고, 추천 동영상 및 검색결과를 보내주는 것에 대해 '반독점 문제'를 제기한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태플린 교수는 "미국이 지난 1956년 벨 전화회사의 특허권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강요함으로써 페어차일드 반도체, 모토로라,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같은 회사들이 생겨날 수 있었고, 큰 틀에서 실리콘 밸리의 번영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왜 이런 방식을 IT 슈퍼스타들에게 요구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오늘날의 독점기업도 과거에는 신생기업이었던 만큼, 건강한 시스템이라면 신규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 스냅챗 로고. 플리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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