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그 후 1년…검찰선 "무혐의"

● 경찰 1월부터 영종대교서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 운영


이른 아침 시간 흰 구름 떼가 차량 앞유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앞 차량의 번호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가 자욱한 날이었다.

지난해 2월 11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 육지를 잇는 영종대교 상부도로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는 지났지만 인천공항에 내린 여행객과 외국인들을 태우고 서울 등지로 이동하는 차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가시거리가 급격히 줄자 일부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시속 50km 이하로 서행했다. 그러나 시속 100km가량 속도를 내며 안개를 뚫고 지나가는 차량도 눈에 띄었다.

회사원 최모(41)씨도 비상등을 켠 차량 행렬 속에 있었다. 관광버스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간 직후였다. '쾅! 쾅!'하는 충돌음이 들렸다. 차량 파편이 최씨의 차량 보닛 위로 튀었다.

국내 최다 추돌사고로 기록된 인천 '영종대교 106중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차량 106대가 뒤엉킨 사고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었다.

공항 리무진 버스, 승용차, 트럭 등 차량 100여 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지고 뒤엉켜 도로에 널브러졌다. 목과 허리를 심하게 다친 환자들의 신음도 찌그러진 차량 틈으로 새어나왔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구간에서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이 1일부터 시범운영된다.

공식 집계된 당시 사상자 수는 사망 2명, 부상 130명이었다. 차량 106대가 파손돼 13억2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그러나 4개월 후인 지난해 6월 필리핀 국적의 여성(58)이 병원 치료 중 추가로 숨짐에 따라 최종 사망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29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직후 경찰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도로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의 자체 재난관리 매뉴얼, 상황실 근무일지, 시설현황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안개 경고등과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고속도로 교통사고와 관련해 도로관리 주체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고속도로 교통사고에 대해 도로관리 주체를 수사해 관계자를 형사처벌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영종대교 관리 주체인 신공항하이웨이㈜ 교통서비스센터장 A(48)씨와 센터 근무자인 외주업체 직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국내에서 고속도로 교통사고에 대해 도로관리 주체를 수사해 관계자를 입건한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도로관리업체 측에 사고 당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와 관련해 도로관리 주체에 대한 첫 형사처벌도 무산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기 20분 전까지는 평균 가시거리가 2.2㎞였는데 9분 전부터 급격히 짙은 안개가 발생했다"며 "당시 가시거리가 더 악화돼 사고가 일어났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초 신고 접수 후 (일부) 교통 통제 등의 조치를 했고 이 사고 이전에 안개로 인해 영종대교 전체를 통제한 적이 없었다"며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당시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무혐의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사고 1년을 앞둔 올해 1월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영종대교 구간에 설치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안개 가시거리와 적설량, 강풍 등 기상 조건에 따라 시속 100㎞, 80㎞, 50㎞, 30㎞, 폐쇄 등 5단계의 제한속도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장치다.

경찰은 올해 7월까지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실효성을 분석해 운전자의 준수율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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