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지간엔 쌀쌀해져 추위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오리털 파카도 눈에 띈다. 심야에도 전전반측 잠못든 채 어둠과 불빛어린 창밖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

'우심전전야잔월조궁도(憂心轉輾夜殘月照弓刀·나라위한 근심걱정 잠못드는 밤 칼끝에 새벽달만 어리네)'. '충무공이냐'는 조소를 듣겠지만 유년기에 접한 시가 오십여 성상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안전은 대비를 해야하지만 결국은 누군가가 지킴으로써 달성된다. 이 밤에도 나라와 국민안전을 위해 누가 밤을 새우겠는가. 최일선 안전첨병은 누구일까.

▲ 김영배 고문·논설위원
▲ 김영배 고문·논설위원

일단 군인과 경찰, 소방관, 각급 당직 근무자가 연상된다. 그러나 안보가 아닌 안전만큼은 적어도 어디서 근무를 하든 경비원이 최일선에 있는게 아닐까. 누가 '올나이트' 즉 밤을 홀랑 지새우는가.

군복무 때도 보초를 서고 나면 잠을 잤다. 힘들다는 경찰관, 간호사도 요즘은 3교대 근무를 한다. 아파트 경비원은 어떠한가. 열악한 처우 등 현주소는 재론이 불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누적된 수면부족과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탓에 직업병을 달고 산다.

하지만 자살하는 경비원이 나와도 보도통제에만 열중하는 기관·단체·업체들만 보인다. 반성이나 개선은 뒷전이다. 누구도 돌보지 않고, 어른이나 애들이나 무시로 일관한다. 대한민국 보통남자들의 마지막 직장. 경비직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럼 언제까지 이대로 정글처럼 가야하는가. 적어도 세계 지도국 반열에 섰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경비원 그들이 남인가. 당신의 아버지, 형, 오빠, 삼촌이다. 촌수상 남이라고 해도 동포형제다. 한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같은 인류가 아닌가.

경비원을 보면 글로벌, 세계화 이런말이 한국에서 어울리는지 의구심이 든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안전이 사회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경비직 근무자가 수십만명이라는 보도가 있다.

이렇게 많은 고령 근로자가 생업전선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신음하지만 어쩔수 없다는 사회분위기가 만연하다.

국가와 사회가 최대한의 관심을 경주하고,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은 책무이자 도리다. 최근 만난 지인의 목소리가 맴돈다. 그는 "민간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공공기관, 단체들이 철야 맞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 그들의 열악한 처우를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고 했다.

내부적 어려운 사정은 없지 않겠으나, 과연 이 현상을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작고한 어느 유명인의 명언처럼 '해보긴 해봤는가' 말이다. 우리는 '다들 그러니까' 하는 타성에 물들어 있다.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경영의 개선, 조직과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밤새워 고민은 해 보았는지 말이다. 고위인사들이 골프치고 여흥할 때도 경비원들은 사회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 있다. 그런 것을 '개인운명'이요, '선택의 탓'으로 치부하고만 있다. 반성이 필요한 시점도, 시절도 한참이나 지났다.

스산한 겨울밤의 낙엽 흩날리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늦었지만 고민하자. 심각하게 연구하고 개선하자. 우리사회 고질적 어두운 그늘, 그리고 고황에 접어든 무관심에서 이제는 벗어나자.
경비직 근무자들의 24시간 맞교대 제도란 병을 치료해 안전한 자가 국민안전을 지키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

▲ 서울의 한 건물 경비원이 사무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장소에서 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영배 고문
▲ 서울의 한 건물 경비원이 사무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장소에서 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영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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