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미세먼지 심했을 때 증세 악화" ··· 56세 여성 국가에 피해보상 청구

▲ 작년 겨울 미세먼지로 뿌연 파리의 하늘 사이로 에펠탑이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심각한 호흡기질환을 얻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에서 호흡기질환 환자가 대기오염 관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한국도 주목할 만 하다.

파리의 요가강사 클로틸드 노네즈(56)씨는 정부에 대기오염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면서 14만 유로(1억8천만원 상당)의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파리행정법원에 지난 7일(현지시간) 제기했다고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노네즈 씨는 고향 브르타뉴에서 1979년 파리로 이주한 지 3년 뒤부터 가래와 심한 기침 등 호흡기질환이 시작됐고, 증세는 점차 만성화해 천식으로 발전했다.

항생제와 부신피질호르몬제 등 약물투여와 함께 호흡을 편하게 해주는 각종 비(非) 약물치료까지 받으며 투병했지만, 최근엔 합병증으로 심장의 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까지 얻었다.

특히, 그는 작년 12월 파리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했을 때 병세가 급격히 악화, 정신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까지 했다. 주치의는 심각한 호흡기 감염이 있다면서 병이 대기오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겨울 파리와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은 난방과 차량 배기가스에다 바람이 적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했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경계 기준치(80㎍/㎥)를 넘는 날이 빈번해지자 파리시는 차량 2부제까지 실시했다. 먼지가 가장 심각할 때는 농도가 104㎍/㎥ 가량까지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미세먼지(PM10) 농도의 '매우 나쁨' 수준은 110∼120㎍/㎥로, 작년 겨울 파리의 대기오염은 한국에 비해선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중국발 황사로 한반도 전역이 몸살을 앓은 지난 5월 초 서울에선 200㎍/㎥ 가까이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간 바 있다.

댄서 출신으로 요가강사를 하며 운동을 꾸준히 해온 노네즈 씨는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평소 요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래전부터 호흡 보조기 신세를 져야 했을 것"이라며 "본업인 요가수업도 많이 못하고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네즈 씨는 지난 2월 파리시와 환경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아무 답도 듣지 못하자 환경단체와 식품·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의 도움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환경단체 '국경 없는 생태계'(ESF)와 '미래세대' 등이 대기 질 악화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증언 600건가량을 수집해 제공했고,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 등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한 경험이 있는 식품·보건소송 전문 변호사 프랑수아 라포르그가 사건을 맡았다.

라포르그 변호사는 노네즈 씨뿐만 아니라 다른 30여 명의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곧 파리·리용·릴 등지에서 국가를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노네즈 씨의 소송을 지원하는 프랑스 대기오염예방협회 '레스피르'의 올리비에 블롱 회장은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대기오염 피해자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기오염 자체와 매우 비슷하다"며 "매일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세상은 무관심하다. 이번 소송으로 세상에 (대기오염 피해자들이) 모습이 드러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 매년 프랑스에서 4만2천명이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지난 겨울 파리의 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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