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종합뉴스 문화 그림으로 세상읽기
[그림으로 세상읽기] 〈16〉 민중과 더불어 창조자가 되다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조경희 미술팀 전문위원 | 승인 2017.06.07 20:37
▲ 로이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Happy Tears>, 1964, oil on canvas, 96.5×96.5cm

'행복한 눈물'은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감정에 북받쳐 흐르는 눈물이다. 오랜 무명을 벗게 된 배우가 시상식 마이크 앞에서 수상소감을 밝힐 때 우리는 종종 목격하게 된다. 바라보는 이들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행복한 눈물>은 미국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의 대표작 중 하나다. 만화를 미술에 도입한 것을 계기로 그는 지긋지긋한 무명에서 탈출했다.

그저 의욕만을 가졌을 뿐 늘상 화단의 아웃사이더로 지내던 어느 날, 시무룩한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는 아들이 좋아하는 미키마우스를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주었다. 그림을 보고 뛸 듯이 좋아하는 아들을 보고 그의 머릿속에 섬광이 번뜩인다. 만화 주인공이 미국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지체 없이 작품 제작에 돌입했다.

1961년 <이것 좀 봐 미키 Look Mickey>를 발표하면서 그는 하루아침에 스타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리며 놀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대중성과 거리를 두던 고급미술도 만화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소재로 삼으면 쉽고 자연스럽게 대중 속으로 스며들 수 있겠다는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

선명한 검은 색 윤곽선과 화면에 변화를 주는 '점(dot)'이 그의 작품 특징이다. '벤데이 점(Benday Dot)'이라고 하는 이 망점은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판화의 일종인 '스텐실 기법'으로 구멍이 뚫린 판을 사용해서 제작했다. 작품에 대해 어떠한 개성의 흔적도 드러내지 않으려는 팝 아티스트의 중립적인 냉정함을 드러내는 장치다. 이는 직전의 추상표현주의와 구별되는 팝 아트의 특징이다.

팝 아트는 1950년대 유럽의 엥포르멜 등으로 불리는 서정적 추상과 액션 페인팅이라 불리는 뉴욕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했다. 팝 아트에서 'Pop'의 의미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Popular'의 약자로 보는 시각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미덕이던 1960년대 전후, 그는 시대의 주류였던 앤디 워홀을 비롯한 팝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예술은 우리 주위에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는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를 고민했으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에게 다가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위대한 창조자다.

눈물, 특히 여인의 눈물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던가. 그림 속 여인의 눈물은 각각의 감상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해석될지 자못 궁금하다. 현대 미술은 감상자의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재생산 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고생은 이 그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화가의 이름을 잘도 읊어댄다.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11월 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익명의 구매자'에 의해 <행복한 눈물>이 715만달러(86억원)에 팔린다. 이 그림은 당시 런던 크리스티 옥션의 커버를 장식할 정도로 메인 작품이었다.

'익명의 구매자'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이 시작됐다. 삼성이 해외 경매에서 비자금을 사용해 구입했다고 알려진 고가 미술품 가운데 <행복한 눈물>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 속에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진위를 가리는 해프닝이 펼쳐졌다. 결과는 흐지부지 됐지만, 아마도 이 사건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회자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존재가 뇌리에 각인됐으리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변화를 실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광화문은 이제 민의를 받드는 '성지'가 됐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민중의 촛불이 이제는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 일상을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경희 미술팀 전문위원  zzozzokh@gmail.com

<저작권자 © 세이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경희 미술팀 전문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Safe 만평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44길 5, 2층 한국안전인증원  |  대표전화 : 02-6291-0107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신승혜
등록번호 : 서울 아 03938  |  등록일 : 2015.10.15   |  발행인 : (사)한국안전인증원 김창영  |  편집인 : 김대수
Copyright © 2017 세이프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