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ㆍ은행전화 확인후 3600달러 송금 … 중기 노린 '보이스 피싱' 출현

▲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송금확인 영수증(사진)을 보내고 은행에서 확인 전화를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지난달 2일. 경기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씨(55)는 반가운 한 통의 국제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필리핀에서 의료기 사업을 하는 로버스탄(ROBUSTAN)사 구매부장 이용규라고 소개했다.

이부장은 "생산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컨베이어 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며 "구매 견적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했다. 그 후 송금 영수증, 은행 확인전화, 증빙서류 등을 주고 받는 과정은 평상적인 수출거래와 다를 바 없었다.

이어 이씨 회사의 제품에 대해 꼼꼼한 분석과 가격도 제시했다. 구매의사가 확실해 보였다. 이씨 입장에서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필리핀 판로개척에 들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메일을 주고 받기를 1개월. 정식계약을 체결한 뒤 이부장은 송금 영수증을 보냈다. 그리곤 물건 선적을 위해 운송업체로 TMS KOREA를 지정했다.

이후 현지 등록은행에서 송금 전화까지 걸려왔다. 물품을 수출하는 이씨의 입장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수출 계약 금액 11만5000달러에는 운송비 7200달러까지 산정돼 있었다. 이후 운송업체는 "선적 일정을 잡는다"는 구실로 운송비용 송금을 요구했다.

이씨는 운송비 절반인 3600달러를 지난 2일 입금한 뒤 제품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운송업체는 물론 이부장도 연락이 두절됐다.

필리핀에서 국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물품을 거래할 것처럼 유도한 뒤 운송비만 착복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에 걸린 것이다. 필리핀 은행의 송금 확인 전화도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된 가짜였다.

이씨는 "웹서핑을 통해 특정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무작위로 선택한 후 조작된 설명서를 메일로 보내 견적을 받은 후 견적에 참여한 업체를 상대로 치밀하고 조직적인 보이스피싱이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수출전문 컨설팅 회사에 확인한 결과 모든 서류가 완벽한 가짜였다. 이씨는 "곧 입금될 계약금에 운송비까지 들어 있어 의심없이 돈을 입금했다"며 "정말 치밀하고도 정밀한 수법에 걸려들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류를 본 수출 컨설팅 전문가 김모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를 그대로 모방해 송금 영수증, 은행확인전화, 증빙서류 등을 만들었다"며 "대다수 보이스피싱 조직과 달리 한 달 정도 장기적으로 공략해서 상대방의 의심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화 송금시 웨스트유니언송금(빠른 송금)을 유도할 경우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며 "가급적 전신환(TT) 송금방식으로 하고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지급 정지 신청을 해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방이 시간을 정해놓고 송금을 요구하면 100% 사기"라며 "필리핀에서 송금한 돈을 수취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3일을 노린다. 통장에 입금이 확인될때 까지는 먼저 돈을 송금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현지에서 영업중인 회사 홈페이지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도용, 홈페이지만 믿지 말고 계약전에 반드시 현지 업체에 이중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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