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일(Fred Hoyle)은 정상우주론(正常宇宙論ㆍSteady-state cosmology)의 주창자입니다. 그는 1940년대 영국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이론과 반대되는 우주론을 '꽝 소리'라는 의미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는데 이것이 '빅뱅(Big Bang)'이라는 말입니다.

당시 그는 이 말을 아주 경멸스런 의미로 사용했지만, 오늘날은 우주 대폭발을 지칭하는 용어로 학계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연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기가 반대하는 이론의 이름을 지어준 셈이 됐습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종교와 과학 양쪽에 다 있는데, 호일이 빅뱅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과 비슷한 형국과 길항작용을 둘 사이에서 많이 연출합니다. 종교 쪽에서는 뉴턴 역학이 물리학계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근대까지 정상우주론을 지지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그러다가 팽창우주론과 빅뱅이론이 대세로 자리 잡고 난 후부터 종교계에서도 이를 포용하는 우주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교계의 우주론은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추정해서 그에 걸맞은 의미를 알려주는 것에 치중돼 있습니다.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종교학이 인간학의 한 지류로 불릴 만큼 종교계의 주관심사가 인간이기에, 우주론을 이야기할 때도 주로 '인간의 우주'에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얼마 전 제가 보는 우주론을 썼습니다. 거창한 우주론은 당연히 아니고요, 그냥 제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야 하는 존재인지를 성경을 통해 고찰한 우주론을 썼습니다.

태어난 것도 제 마음대로 원하는 시간에 태어나지 않았고 죽음 역시 그러할 것이기에, 삶에서 중요한 두 개의 기둥을 이미 놓친 상태에서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야 하는 존재인지마저 모르면, 앞으로 통일을 앞 둔 분단된 한반도의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방향을 제대로 잡기 힘들 것 같아서 미리 정리해 보는 글을 썼습니다.

저의 우주론에 따르면 저는 그리스도의 몸까지 자라야 하는 존재입니다(에베소서 4:15∼16).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 다 자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 ··· 쓰는 우주론>이라고 했습니다. 다 '쓴' 것이 아니라 쓰고 있는 상황이기에 '쓰는'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주론을 쓰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써야 할 저의 우주론을 위해 몇 가지 서술 방향을 정했습니다.

청소년들을 가르치며(선생ㆍ간사) 독서를 통한 교육혁명을 꿈꾸는 일을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주어진 이 일을 잘 매듭짓기 위해 대안학교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수업에 빠지지 말고 나오라고 인격적인 강요를 자주 하기로 했습니다.

대안학교에 와야 할 만큼의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대안학교까지 오지 않으면 공부에 관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 소망인 이들의 꿈이 어그러지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앞으로는 학교 수업에 빠지지 말라고 더 매몰차게 말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인 교우들과 예배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지만, 가끔 학교에 대한 편애(偏愛)로 실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는 학교를 포기하려는 북향민 부모와 학생의 진로를 놓고 공부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싸웠던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실수를 너그럽게 품어주는 예배 공동체 교우들이 고마울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이 둘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추도록 더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우주론을 쓰고 계십니까. 서술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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