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국가직 전환, 소방청 설립 등 특단조치 필요하다

최근 소방분야 직제와 처우개선이 지지부진하고 온전치 못하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말만 무성하지 구체적 요구나 건의가 정책 최고 결정자에게 도달했는지는 미지수다. 한파가 전국을 강타해 국민 모두가 몸을 움츠리며 종종걸음으로 귀가, 따뜻한 이불속에 들 때도 밤을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지새우는 사람들이 소방관이란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산다.

심야에도 한결같이 국민을 지키는 소방서가 믿음직 스럽다. 이 불빛을 믿고 국민은 잠든다.

◇ 소방업무체제, 처우개선 누가 반대하나 = 무릇 세상에 처음 하는 일이나, 처음 만드는 물건, 창제되는 제도는 힘들다. 불가능에서 출발, 창의적 정신과 노력으로 역사를 일으킨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범인들이 수십년 앞의 일을 예단할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안될거라는 불신과 의혹으로 보거나 정치적인 이해타산으로 반대하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역사상 훈민정음, 십만양병설도 그랬을뿐만 아니라,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정치인과 관련분야 교수들 대부분이 반대했다. 대중의 경지라면 몰라도 지식인과 지도층의 근시안은 문제가 적지 않다. 과거의 우를 수백년간 면하지 못하고 있다.

◇ 헌신적이고, 애국적인 직업 소방관 = 과연 어떤 직업이 치열하고 헌신적일까. 소방관이다. 세계의 어떤 군인도, 경찰도 불길로 서슴없이 의무적으로 뛰어들지는 않는다. 강풍속 밤중에 서해대교 100m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산화한 소방관이 있었다. 몇 명의 동료 소방관이 경기지사 표창을 타고 특진하는 사진을 보면서,  '강풍속 어둠을 헤치고 100m 상공' 에서 임무를 수행했다는 오직 그 사실만이 오래 기억이 남는다. 세계 어느나라 특공대가 그런 임무를 수행했다는 기록, 전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자기 생명과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면 전진의 발이 떨어질까. 사명감, 애국심이란 말밖엔 표현할 수가 없다.

소방관이 위험한 고난도 훈련을 받고 있다.

◇ 근무환경과 처우가 열악하다 = 소방관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특별한 희생'과 봉사를 강요 받는다. 물 찬 소방호스는 힘이 달려 장골도 끌기가 힘들다. 채용시험에 악력 테스트가 있는 직업이 또 있던가. 장비는 열악하고, 출동인원도 부족하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연간 순직 소방관이 5.5명이나 되고 퇴직자 평균 생존연령은 59.8세라고 한다. 노웅래 의원의 국감자료를 보면 소방관 정신건강이 일반인 대비 최고 10배 이상 발병한다. 5명중 1명이 수면장애를 겪고, 소방 전문의료센터의 수준도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삼국시절 제갈량의 출사표가 수천년 동안 충신들의 가슴을 울렸지만, 거기에도 전대 황제의 특별한 은혜(殊恩)를 입었기에 은혜를 갚기 위해 더욱 충성하고, 출전한다는 뜻이 녹아 있다. 세상의 이치가 다 이러하고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서양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그런 맥락의 사조다. 만고충신들도 대우가 크면 클수록 더 분발하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다. 동서고금 어느 나라든 군인을 평소부터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도, 무겁고 위험한 일을 맡기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불길 앞에서 오로지 전진하는 소방관 = 필자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뉴코아쇼핑몰 화재 진압 현장을 지켜봤다. 군인, 경찰, 경비원, 집주인, 시민도 후퇴했지만 소방관은 전진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찌보면 안전한 진화를 위해선 당연하다. 그들은 의무감과 희생정신으로 앞으로 나간다. '전장에서 진군의 북소리 울리면 제 몸을 잊고 오직 전진을 해야 한다(고지급측망기신 · 鼓之急則忘其身)' 이라는 중국 고대병서 사마병법의 진리를 몸으로 실행하는 것을 봤다. 국민입장에선 고마운 일지지만 그렇게만 볼 것인가. 소방관 현장 사망자와 병사자가 과도하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훈련된 소방인재를 허무하게 잃어 버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소방업무를 자원하고, 소방관이 될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있으니 국민입장에선 감사하다. 애국자, 한마디로 소방관을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난해 11월 서울강남터미널 뉴코아몰 화재 당시 소방관이 연무속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제대로 대우해 국민안전 지키자 = 소방관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소홀히 대우할 것인가. 안전은 국민생활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최일선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또 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시점이다. 소방관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1위라지만 우리는 생활현장에서 소방관을 실제로 어떻게 보고 대우하는가. 주취해 욕설하고, 폭행하고, 무시하고, 침뱉고, 성추행의 만행까지 했다고 하는 보도를 심심찮게 본다. 만성두통, 불안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에서 많은 유병율을 보이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처우는 어떠한가. 지방직으로 편제돼 지자체 예산부족으로 기본장비인 장갑마저도 제대로 공급이 안된다고 한다. 올해 예산도 제대도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개인처우는 개선을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소방관 처우개선 국민운동 차원의 단체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진도가 무망하다.

◇ 소방직제조정이 국민생명 구하는 첩경 = 소방관들의 처한 열악한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고, 직무수행 과정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 건강한 직장인이나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으로서의 의무이자 도리다. 장기적으로 국민의 안전도 보장하는 길은 여기에 답이 있다. 병신년 새해에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제안을 한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안전경찰’로 명명하자. 소방관 직무수행안전법(일명 보호법) 제정하자. 독자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소방법규를 위반할 때 조사와 수사권을 부여하면 어떨까. 장기근속과 유공소방관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자. 소방전문종합병원 설립하는 것은 물론 소방사관학교 신설과 소방방재청 부활을 제안한다.

소방관 처우개선은 국민안전과 직결된다. 예산타령, 밥그릇 싸움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세상에 창조는 힘들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역사는 증언한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한 자들이 생존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러운 우를 재범하지 말자. 반대를 위한 반대를 밥먹듯이 하거나, 소리(小利) 때문에 대의(大義)를 잃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위정자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소방관을 미국처럼 대우하자. 소방관들도 부상을 당할 때 좋은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행복한 가정생활 여건도 보장해야 한다. 소방관이 대우받고, 힘차게 일 할 수 있는 세상을 우선 만드는 게 안전강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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