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분수(帶分數)'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안 것은 종로5가에 있었던 한문학원에서 사자소학(四字小學)을 배웠을 때였습니다. 대분수의 '대'가 '큰 대(大)'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허리에 찰 대(帶)'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분수와 관련된 수학문제는 곧잘 풀었습니다. 

딸아이는 국악고를 졸업했는데 졸업 후 처음 치른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그토록 좋아하던 한국무용을 접겠다고 했습니다. 저야 늘 속으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무슨 무용을 해'라고 생각했지만 합격했던 학교가 국립고라서 그냥 보냈던 사람이고, 늘 무용을 접었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이었습니다.

딸아이의 결정에 일단 환호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무용을 하며 '몸의 언어'를 주로 익혔던 아이가 재수(정확히는 반수)를 하게 되자 수학은 넘기 힘든, 철벽요새와 같은 고개가 됐습니다.

대학 무용과 입시에서는 수학 성적을 아예 보지 않았기에 수학공부를 거의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진학상담을 하러갔던 입시학원마저도 무용을 했던 아이인데 반수이기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받아주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대입에 관한 모든 것은 부모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대학에 합격하지 않아도 아무런 원망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그냥 학원 등록만 하게 해 달라고 해서 대입재수학원에 가까스로 등록시켜 놓고, 아는 후배 목사에게 딸아이의 수학공부를 부탁했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우연히 후배 목사가 딸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옆에서 듣게 됐습니다. 수학용어의 개념을 10분 넘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수학용어가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 일본어 한자 번역을 거쳐 어떻게 한국어로 정착됐는지 등 제 생각으로는 수학공부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그 후배 목사는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수학공부법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딸아이가 국악고를 나와 무용만 했다고 무시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론은 그가 옳았습니다. 수학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일정 점수 이상으로는 성적이 절대 오르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과목입니다. 수학용어의 기본 개념을 알지 못해도 문제는 풀지만 제대로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또한 대입수능에서는 수학에 논리추론이 포함된 문제가 출제되기에 수학시험문제를 읽고도 그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수식을 만들어 내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리논술시험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심합니다.

수학은 30∼50%에 해당하는 기본 유형의 문제를 암기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오답노트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두되는 한 번 틀린 수학문제를 또 틀립니다. 최소한 두 번 이상 틀려야 다시 틀리지 않습니다. 몰랐던 수학문제를 두 번째부터 틀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학생 스스로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야 하는 '학교수학'의 범위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딸아이가 학원에서 못 푼 수학문제를 몇 문제 가져왔습니다. 후배 목사는 그런 문제는 옛날 대학입시에 본고사가 있을 때 나온 문제이고 수능으로 바뀐 이후에는 출제된 적이 없는 문제인데, 학원의 수익을 위해 만든 문제이니 풀지 말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그 범위 안에 있는 수학용어들과 기본 유형의 문제를 암기하듯이 풀이하는 과정까지 다 기록한 개인별 오답노트를 꼭 만들어야 합니다. 오답노트에 틀린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까지 전부 기록해서 틀렸던 문제를 맞을 때까지 다시 반복해서 풀어야 하며, 기본 유형은 아예 풀이 과정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학은 예습이 꽤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과목입니다. 기본 유형을 암기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찾아 고등학교 3학년까지 끊임없이 미지로 향하는 항해를 해나가야 하는데, 이때 문제 안에 논리추론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풀어내는 방식으로 수학공부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것이 수학공부에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학부모는 내 아이의 수학 실력이 뒤질 경우 수학공식을 모르는 것인지, 수학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문맥의 의미를 제대로 추론하지 못해 수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 그에 맞는 도우미를 찾아야 합니다.

만약 수학성적을 위해 문해력을 향상 시켜야 할 경우는 수학공부와 더불어 '하루 30분씩 책 읽기' 등의 논리추론공부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수학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녀도 세간에서 말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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