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한국 등에서 퇴출 논의 ··· 시장 계속 잃을 듯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한 원인으로 꼽힌 이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경유차의 최대 시장인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 지역에서는 경유차를 도로에서 몰아내기 위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염물질 저감보다 수익을 우선시했던 메이커들은 규제 강화에 따라 디젤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 경유차 금지 논의에 독일ㆍ영국 판매 직격탄

유럽에서 경유차의 점유율은 몇 년 전까지 지속해서 상승했다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휘발유차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점 때문에 세금 혜택을 받았지만,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다량으로 뿜어낸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졌다. '클린 디젤'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던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결정타였다.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의 자동차 메이커가 포진한 독일에서는 지난달 경유차 판매가 급감했다.

4월 신규 경유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나 감소했으며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내려앉았다. 한편 독일의 전체 신체 판매는 8% 줄었다. 휘발유 차량 판매는 비슷했으며 전기차는 늘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유차가 인기를 잃은 것은 여러 지역에서 운행을 금지하자는 논의 때문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본거지로 최근 스모그경보를 발령했던 슈투트가르트는 경유차를 도심에서 금지하는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금지 논의 때문에 독일에서 경유차의 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몇 년간 지속해서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

영국에서는 경유차 판매가 27% 줄었다. 이는 영국 정부가 디젤차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물릴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경유차의 질소산화물이 폐 질환 등의 조기 사망을 초래한다는 보도가 최근 잇따랐다. 휘발유차도 판매량이 줄었지만, 경유차의 절반 수준인 13%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전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유 승용차 운행을 2030년까지 중단하겠다고 선거 때 약속했었다. 한국은 신차 가운데 경유차의 비중이 지난해 48%로 휘발유차(41%)를 앞질렀다.

앞서 파리와 마드리드, 아테네, 멕시코시티는 2025년까지 경유차를 금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볼보, 경유차 개발 않기로

아예 경유차에서 손을 떼려는 메이커도 있다.

스웨덴의 볼보는 새로운 디젤엔진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회사의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가 며칠 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더 엄격해지는 대기오염 기준에 맞춰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규제 때문에 디젤 엔진당 비용이 300유로(약 377만원) 늘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디젤 엔진은 이미 지금도 휘발유 엔진보다 1천300유로 정도 더 비싸다.

볼보는 새로운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대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투자할 예정이다. 볼보의 첫 순수 전기차는 2019년에 나올 예정이다. 사무엘손 CEO는 "테슬라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차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이 분야에서도 품질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매력적인 우리의 자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시장에서 경유차 판매를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에서 경유차를 향후에 판매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회사의 모기업 다임러는 EPA로부터 2017년형 경유차를 승인받으려 애썼지만 여의치 않자 이를 포기했다.

미국은 가뜩이나 경유차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는데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더 낮아졌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4월까지 팔린 경유차가 2만8천600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했다. 당국의 규제 때문에 메이커들이 미국에서 파는 모델 수는 줄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가운데 경유차는 1% 미만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경유차가 현재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 30%로 떨어질 것이라고 JP모건이 지난달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는 경유차의 시장 점유율이 13.5%에서 2025년 4%로 떨어질 것이라고 UBS는 지난해 12월 전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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