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납품 땐 '제2 안전사고' 우려 … 판매업체 "제조사 모른다"

▲ 이모씨가 눈을 다쳐 응급수술을 받게 한 대걸레의 봉 끝이 날카롭다. 오른쪽 아래는 둥글게 마감처리가 정상적인 제품.

평범하게 보이는 청소용 대걸레 한 자루가 '흉기'로 돌변했다.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달 21일 오전 8시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신승타워 주상복합 2층 한 사무실. 직장인 이모씨(49)는 출근 후 청소를 하기 위해 대걸레를 잡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자연스럽게 걸레질을 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대걸레 뒷부분 뚜껑이 빠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철제봉의 끝부분이 이씨의 오른쪽 눈썹 부위를 가격했다. 간단한 상처인 줄 알았지만 피는 멈추지 않았다. 이씨는 출혈이 계속되자 이날 오전 9시 쯤 강서연세병원 응급실을 급히 찾았다.

이씨는 "119에 상담 전화를 한 뒤 미세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 받아 카카오택시를 불러 병원을 방문했다"며 "택시안에서도 피가 계속 흘러 좌석에 묻어 4000원의 요금에 2만원을 더 지불했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강서연세병원에 도착해 응급처지를 받은 이씨는 의료진으로 부터 "동맥이 끊기고 힘줄과 신경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각종 검사를 받고 오후 3시쯤 전신마취를 한 이씨는 1시간여 동안 수술을 받고 일주일을 입원한 뒤 퇴원할 수 있었다. 이씨는 수술비와 입원비로 207만1120원을 지불했다.

강서연세병원 관계자는 "대걸레봉 모서리에 상처를 입어 오른쪽 눈썹 부위의 출혈이 심한 상태로 내원해 검사를 한 뒤 응급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 이모씨가 대걸레 봉의 날카로운 부분에 눈썹 부위를 찔려 수술을 받았다.

이씨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이면에는 '소비자의 부주의'를 따지기 전에 제조사와 판매사의 '안전 불감증'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손잡이가 쉽게 빠진 것도 문제였지만,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봉 끝부분을 둥글게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 결국 화를 부른 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6일 사무실 인근 철물점에서 신용카드로 1만1000원(봉 5000원·걸레 5000원)으로 주고 제품을 구매했다.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이씨는 "제품을 구입한 철물점에 제조 업체를 문의했지만 납품업자만 거래하고 있어서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제품은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레봉으로 제조사나 판매회사가 표기되지 않았다.

이씨는 "생활제품에 대해 생산업체가 소비자 안전을 위해 끝부분을 둥글게만 처리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걸레 구입과 청소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제품이 학교 등에 납품됐다면 학생들이 청소하다가 제2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계 당국은 제조와 판매사를 철저하게 조사한 뒤 제품을 회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법인 태영 마석우 변호사는 "기업이 제품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요한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PL법)이 최근 국회에서 개정됐다"며 "철저하고 엄격한 법적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이모씨가 청소용 대걸레 봉에 눈을 다쳐 수술을 받은 진료기록과 병원비 납부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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