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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 <30> '최저가 낙찰 + 할인옵션'에 산 정보보호 후유증
임홍철 정보안전부장 | 승인 2017.05.17 16:10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의 통계 자료를 보면 2015년 우리나라 보안시장 매출액은 1조9200억원으로 조사됐다. 2014년 대비 14.18%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보안시장 매출액은 더 큰 금액일 가능성이 높다. 2020년에는 매출규모가 4조원에 육박한다니 보안시장 성장세로만 보면 기업의 보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음은 확실하다. 

보안컨설팅의 경우 통계자료는 없지만 지난해 시장규모는 1100억원 정도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보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어 보안사업 발주와 금액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기관이 발주하는 보안사업에 주목해야 할 특징이 있다. 많은 경우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가 낙찰제'란 발주에 참여한 모든 업체 가운데 가장 적은 금액을 제출한 업체를 수행업체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가장 싼값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겠다고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보안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싸게 사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임홍철 정보안전부장

물론 선정기준에 있어서 무조건 가격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제안업체의 수행능력과 가격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체로 수행능력 80%, 가격 20%의 비율로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 수행능력이 부족한 업체는 탈락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경쟁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부 미흡한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문업체들이 제안한 기술적 차이를 짧은시간 안에 심사위원들이 구분해내기 쉽지 않으므로 점수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결국은 가격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함정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과는 가장 적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싸게 사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는 힘들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고객과 기술협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할인의 압박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에는 가격협상을 위한 담당자가 존재한다. 기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들의 주요 과제는 협상을 통해 업체가 제출한 금액의 5%~10% 정도를 할인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협상담당자는 업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며, 결과는 평가에 반영된다. 협상담당자는 목적 달성을 위해 적극적이게 되고, 조금이라도 할인을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업체 역시 힘들게 최저가를 제시해 선정됐는데 또다시 할인의 압박을 견뎌내야만 한다. 견뎌내지 못하면 금액을 낮춰 주어야 한다. 최저가에서 할인 과정을 거쳐 싸구려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싸구려가 되는 순간 보안사업의 결과는 명확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부족한 상태가 된다. 흔히들 "누구는 흙 파먹고, 장사하는 줄 아냐"고 한다. 흙을 먹고서는 살 수 없는 업체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이치다. 많은 경우 겉은 멀쩡하나 속은 부실한 수행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행정자치부도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를 인지, 2015년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해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비싼 것은 비싼 값을 하고, 싼 것은 싼 만큼의 값을 한다는 뜻이다.

지금 '최저가 낙찰제'에 할인을 거쳐 싸구려 정보보호를 사는 기업과 기관들은 정작 본인들이 싸구려를 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생하는 정보유출과 보안사고들 중 일부는 '최저가 낙찰제'에 이은 '할인'의 후유증일지도 모른다.

임홍철 정보안전부장  sunwoodow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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