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용 수학능력시험은 몇 차례 변화를 겪었습니다. 현재 수능국어시험은 45문항을 80분에 풀어야 합니다. 65문항까지 봤던 '언어'시험에서 문항의 숫자가 많이 줄었고, 명칭도 '국어'시험으로 바뀌었습니다. 45문항을 80분 안에 풀려면 한 문제를 1분 46초 안에 풀어야 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옵니다. '그거야 쉽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문제에는 지문이 주어져 있고, 컴퓨터용 답지에 펜으로 답도 표시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문제 푸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국어는 1∼2년 공부해서 성적이 오르는 과목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아주' 성실하게 공부해야 가까스로 수능 국어시험에서 1∼2등급을 맞습니다. 2∼3년 이상 독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수능 국어문제를 읽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문제를 다 못 풀고 나옵니다.

그런데 어떤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2∼3년 정도 독서 훈련을 시키겠습니까. 대부분의 부모는 당장에 성적이 오르는 수학이나 대학교에 가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합니다. (실제로 대학을 가면 성적은 글쓰기와 독서로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학생들의 독서 훈련을 부모에게 직접 시키라고 권합니다. 어차피 누군가를 믿고 2∼3년을 같이 가야 한다면 학부모가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독서는 남에게 쉽게 맡길 수 있는 과목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1학년 3월에 치르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 시간이 부족해서 국어문제를 다 못 푼 학생들은 섣불리 수능 국어문제를 빨리 풀기 위한 속독(速讀)을 시도합니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공부법 입니다. 최소한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르는 6월 모의고사까지는 정독과 지독을 해야 합니다. 모의고사를 치를 때는 속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평소 공부할 때는 정독과 지독을 하며 독서와 더불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수능용 국어문제를 풀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정독과 지독을 권장합니다.

수능 국어시험에서 비문학 지문은 대개 정해진 길이가 있습니다. 이 지문은 특별하게 시험용으로 고안된 지문이기에 문단이 일부러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비문학 지문의 경우 한 문단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문학의 경우 비문학과 다릅니다. 먼저 '현대소설'은 인물간의 갈등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갈등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별도의 노트를 만들어 작품명과 함께 쓰십시오. '현대시'의 경우 문제에 나오는 시를 읽고 독후감을 쓰십시오. 시는 소설처럼 이야기로 바꾸고, 소설은 시처럼 요약해 보십시오. '고전시가'는 수능시험에 나오는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정이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ㆍ목사

따라서 고전시가 문제집을 따로 한두 권 사서 집중적으로 풀어보고, 고전시가에 나오는 표현들을 따로 익혀 두시면 좋습니다. '고전소설'은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고전소설은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 있거나 현대소설에 비해 평면적인 구성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소설은 시처럼, 시는 소설처럼' 읽으라고 합니다. 시는 몇 년의 시간이 축적된 것을 한두 마디로 요약하는 경우가 많기에 시어(詩語)에 담긴 사연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읽어야 합니다.

반면 소설은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로 몇 권의 책을 쓰는 경우도 있기에 축약된 갈등의 내용과 그 갈등이 말하려고 하는 바를 찾아서 정리하며 읽어야 합니다. 국어 모의고사에 주어진 제한된 지문일지라도 시험용으로 나오는 소설은 소설의 주된 갈등을 파악할 수 있게 발췌해 구성된 지문입니다. 시험용으로 나오는 지문을 읽으면서 갈등과 그 갈등을 통해 소설이 드러내려는 메시지를 메모하는 독서법을 병행하면 학습효과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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