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2> 무관심 속 썰렁했던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

제12회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이 지난 1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됐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순직 소방관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고인의 숭고한 뜻이 빛바래지 않도록 기억하면서 희생의 참된 가치를 배우는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순직소방공무원 묘역에는 120위(位)가 모셔져 있다.

추모식에서 현충원장은 "묘역이 어렵게 조성된 만큼 참배객들이 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현충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인들의 희생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갖추어 참석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추모식에는 아버지와 아들을 잃은 유가족과 의용소방대원, 국회의원 및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순직소방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한 예술가의 자선공연과 목사님의 추모기도가 현충원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추모식에 참석한 현직 소방관들의 참석률은 저조했다. 국민안전처 장관의 참석은 차치하더라도 조화 조차 찾아볼 수가 없으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막을 들여다보니 매년 추모식을 개최해 온 것은 국가가 아닌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라는 민간단체. 관계자의 말에 종합하면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허가를 받고 순직소방관과 유가족을 위한 추모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적은 인원과 어려운 예산 속에서 매년 힘겨운 추모행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소방을 ‘국민안전의 버팀목’이라며 소방의 역할과 위상에 큰 의미를 부여해 주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는 그 의미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고인들의 육신(肉身)은 땅에 묻혔을지언정 우리가 더욱 열정적으로 그들을 기억할 때 그들의 정신이 영원히 살아서 우리 대한민국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2015년 10월 미국에서 개최된 순직소방대원 추모주간(Memorial Weekend) 행사를 보면 우리의 그것과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추모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수천명이 참석했다. 추모기간동안 모든 미 연방정부 건물도 조기를 게양했다.

또한, 미국 전역에서 순직소방대원과 가족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면서 진정한 소방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일련의 노력이 있었다. 이런 모습들이 순직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현재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소방관들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과 예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대한민국의 가족이다. 가족을 따뜻하게 품어주기는커녕 추모식을 한 단체에만 맡겨둔 채 나 몰라라 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국가의 자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안전처는 말할 것도 없고, 소방본부와 소방서, 의용소방대, 그리고 소방을 사랑하는 모든 소방인들이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와 손을 잡고 함께 토론하며 올바른 추모행사의 모델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국가는 재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가 모범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겠는가. 순직 소방관들과 유가족을 예우하는 것에 서투르다면 지금부터라도 배워나가면 된다. 그래야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이들도 용기 내어 다가올 테니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순직소방공무원을 잊은 소방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교훈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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