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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세상읽기] <13> 혁명 이끈 민중, 권력 주체다■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조경희 미술팀 전문위원 | 승인 2017.04.28 19:54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외젠 들라크루아, 1830년, 캔버스에 유채, 260 × 325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로맨틱하다'는 말은 부드럽고 달콤한 상상을 부른다. 서정성과 에로스적 감정의 교집합 어디 쯤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미술사에서 프랑스의 '로맨티시즘(낭만주의)'을 작품으로 만나면 뜨악하게 된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격렬한 사건의 현장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의 엄격함과 이상주의적 형식미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낭만주의는 이성의 규칙과 속박에서 벗어나 감성적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키며, 현실의 사건 자체에서 인간성의 의미와 삶의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1830년, 들라클루아의 대표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완성됐다. 자유를 동경하는 낭만주의자, 그의 이상이 잘 드러난 이 그림은 흔히 프랑스 대혁명 또는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32년 6월 혁명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그해 7월 28일 발생한 '7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그려졌다.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ㆍ1798~1863)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 그의 작품에는 자연을 구사해 현실을 초월한 진실 속에 상상 세계에서의 인간의 모습과 영웅적인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표상이 담겨 있다.

"내가 조국을 위해 직접 싸우지는 못했을지라도 최소한 조국을 위해 그림을 그릴 수는 있다"고 형에게 보낸 편지에 고백하고 있듯이, 그는 총 대신 붓을 들고 혁명에 동참했다. 역사의 주체가 '민중'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세계사적인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삼각형 구도의 정점에서 깃발을 들고 있는 여신은 프랑스 공화국을 의인화한 캐릭터, 마리안느. 그녀의 머리에 씌어진 모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해방된 노예가 쓰고 있던 그 것,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민중을 독려하며 이끌고 있는 그녀가 높이 든 삼색기는 프랑스 공화국의 건국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 절대왕정에 대항해 성인은 물론 어린 아이까지 참여한 이 혁명대열은 자유의 여신이 함께 하기에 두려움이 없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1831년 살롱전에 센세이션이 일었다. 나폴레옹의 열렬한 후원 아래 발전한 신고전주의 화풍의 아카데믹한 그림이 주류를 형성하던 살롱전에 서민들을 주인공으로 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주제로 보나 등장인물로 보나 파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여신은 아름답고 품위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여신의 앞가슴이 화약자국과 얼룩으로 더럽게 그려졌다"는 등의 혹평으로 그림은 당시 평가 절하 됐다.

그러나 말 많았던 이 그림을 사들인 건 혁명에 성공한 신정부였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으로 왕정복고를 꿈꾸던 샤를 10세를 몰아내고, 자유주의자로 알려졌던 루이 필리프를 새 국왕으로 추대한 신정부는 이 그림을 왕궁에 걸어놓고 그들의 왕이 민중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 민중에 의해 추대된 루이 필리프는 그 민중 출신이 아닌 왕족 출신. 혁명의 불길이 잦아들자 그는 부유한 지주층과 기존의 부패세력의 편에서 자신의 이권만 챙기는 부도덕한 독재자의 본색을 드려냈다. 그림이 눈에 거슬렸던 왕은 그림을 떼서 창고에 넣을 것을 명한다.

사실주의 화가 도미에가 시사만화 <가르강튀아>에서 탐욕스런 식욕으로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먹어치우고, 의자 밑으로는 관리들에게 훈장과 이권을 배설하듯 남발하는 우스꽝스러운 거인으로 풍자한 주인공이 바로 그였던 것. 이 새로운 왕은 서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존의 기득권층만 챙긴 것이 화근이 되어 6월 혁명을 부르고, 급기야 1848년 2월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나고 만다.

창고에 쳐박혀 있던 그림이 루브르 박물관에 걸리게 된 것은 프랑스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던 해인 1874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프랑스 정치발전의 자화상이자 세계사적 민주주의의 매커니즘을 드러내는 걸작이다. 권력의 주체는 민중이다.

조경희 미술팀 전문위원  zzozzok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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