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나 구급차가 출동한다는 것은 어디에서인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집이나 회사에 불이 나거나 자식, 아내, 부모가 아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우리 집은 아니겠지, 우리 가족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아닐 확률이 높지만 누군가의 형제나 자매인 것은 분명하다. 그 가족이 받을 고통을 '역지사지(易地思之)' 의 마음으로 헤아려 소방차 길 터주기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사랑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긴급구조표준시스템 통계를 보면 소방차나 구급차 등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0분29초 였다. 출동속도는 평균 시속 36.88km에 불과했다. 2014년 국가 교통통계 기준 승용차 평균속도인 시속 31.8km와 별반 차이가 없다.

출동이 지연된 이유는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 대기시간 등 교통환경과 소방관서와 현장까지의 거리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골든타임'을 확보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가 필요한 이유다. 학계는 화재 시 '최성기(플래쉬오버ㆍ건축물 화재때 화염이 일시에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단계)' 도달시점과 심정지 환자 소생율 등을 근거로 골든타임을 5분 이내로 설정했다.

정해득ㆍ김포소방서 소방위

국민의 생사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소방차나 구급차가 5분 이내 도착이 쉽지 않자 국민안전처는 올해도 소방차 길 터주기 국민 참여 훈련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법 및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폭은 △일반승용차 1.7m △소형차 2.0m △대형차 2.5m △세미트레일러 2.5m다. 도로폭은 △고속도로 3.25~3.5m △일반도로는 3.0~3.5m이며 최소 도로폭은 2.75m다.

소방차 폭은 △펌프차 2.3m 이하 △물탱크ㆍ굴절ㆍ고가차 등은 2.5m 이하다. 이는 사이드 미러의 폭을 뺀 경우다. 사이드 미러는 최대 1m(한쪽 0.5m)로 제일 큰 소방차의 실질적인 폭은 3.5m에 달한다.

소방차 길 터주기를 통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도로폭의 확대가 필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구급차는 '모세의 기적'이 가능한 반면 차량의 폭이 큰 화재 진압차량은 '곤란함'이 발생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의 성숙한 참여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방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양보하거나 주택 밀집지역과 공동주택 등에서 불법주정차는 하지 말아야 골든타임을 까먹지 않을 수 있다.

소방관에 대한 인사를 최소화하는 것도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소방차가 출동은 그 지역의 시간대별 교통상황, 샛길 등을 잘 알고 출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잦은 인사로 지역 실정을 잘 모르는 소방관이 배치돼 적응을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소중한 국민이 생명을 지키는 것은 예행연습이 아니다. 소방관의 지나친 인사 이동을 억제해야 하는 이유다.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는 '민(民)'과 과감하게 제도를 개선하는 '관(官)'이 협업할 때 골든타임 확보는 더 쉬워 진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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