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을 보면 성령님이 강림하시자 사람들이 각자 다른 언어, 방언으로 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사도행전 2:1∼4). 저는 사도행전에서 이들의 방언이 들려주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성령님은 구약성경의 예언과 예수님의 말씀대로 강림하신 뒤 이들의 방언을 통해 대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던 것일까요. 창세기에 기록된 인간의 죄로 흩어진 온갖 언어들을 하나의 언어로 통합하려고 하셨던 것일까요.

경제학 용어에 '자체회복능력(natural restorative power)'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 주체 스스로가 지닌 회복 능력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인간이 쓰는 각자의 언어에는 자기정체성과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자기정체성과 가치관은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그의 언어가 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회복시킬 능력이 있다는 논리적 비약도 약간은 가능합니다.

저는 혼자만의 추측으로 '성령님은 방언을 통해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체회복능력을 극대화시켜 주시려고 하셨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굳이 외부의 도움이 없어도 일어설 수 있다면, 약을 먹지 않고 스스로 병석(病席)을 털고 일어서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치료법이기에, 성령님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 각자가 지닌 방언의 능력을 통해 그것을 찾아주시려고 하셨던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해 봅니다.

아나돗학교에서는 북한에서 온 학생들이 남한의 학생들과 같이 공부를 합니다. 처음에는 북한 학생 쪽에서 조금 어렵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이 경쟁을 해야 할 대상이 남한 학생이기에 이 원칙을 밀어붙여서 수업을 강행했었고, 이제는 이러한 모습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자리 잡혔습니다.

수업을 하면 북한에서도 시골에서 살다가 온 학생에게서는 토론을 하거나 주제발표를 할 때 북한식 사투리가 툭툭 튀어 나옵니다. 이들 중 어떤 학생은 저에게 마음 편하게 술을 한 잔 마시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북향민 친구끼리 호프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북한 사투리로 말을 주고받았는데, 가만히 보니 사람들이 자기들을 주목하고 있기에 그만 호프집을 총총걸음으로 빠져 나왔다고 했습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저는 늘 북향민 학생들의 진짜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들에게 성령님이 임하셔서 그들의 방언으로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오늘을 이들을 위해 간단한 기도문을 씁니다.

사랑하는 얘들아 진짜로 '너의 말'이 듣고 싶다. 나의 말이 아닌 '너희들의 말'이 듣고 싶다. 혀를 가지고 있으나 말을 잊어버린 너희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가진 아름다운 말을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을까 기도한다. 너희들의 말에는 고향(북한)에 대한 그리움도 있겠지만, 미래 한반도에 임할 하나님의 영광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의 혀가 풀려 너희들의 말이 이 땅 위에 예쁘게 수놓아지기를 기도한다.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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