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여수 수산시장 이어 전통시장 '속수무책'

소방 당국이 18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독자 제공

화마가 대구 서문시장, 전남 여수 수산시장에 이어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까지 삼켰다.

전통시장 대형화재에 안전관리 강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에 가건물 형태 좌판상점에 소방시설 설치를 강제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소래포구 어시장 '초토화' = 18일 새벽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2시간 30분만에 시장을 거대한 잿더미로 만들었다. 소래포구는 2010년, 2013년에도 큰 불이 발생했다.

새벽 시간대 불로 상인 등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가건물 형태 좌판상점 332개 가운데 220여개가 불에 탔다. 일반점포 41곳 가운데 20여곳도 탔다. 불은 좌판상점을 따라 순식간에 번졌다. 소방당국은 파악된 재산피해 추정액이 6억5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어시장 특성상 24시간 수족관 가동을 위해 전력이 공급된 점을 고려할 때 전기계통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월 여수 수산시장 화재때도 전선 수십개가 콘센트에 한꺼번에 연결됐고 피복은 벗겨진 채 서로 얽혀 있었다.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 배전반은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는 길 양쪽의 좌판 때문에 소방차 진입로 확보가 어려워 피해가 커졌다. 1976년 지하 1층에 지상 4층으로 지은 4지구 건물은 내부에 불길을 차단할 방화벽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없어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

18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로 시장이 잿더미로 변했다. 독자 제공

◇ 좌판과 밀집상점 화재 키워 = 소래포구 화재도 불이 난 좌판상점들이 비닐천막 가건물 형태이다 보니 스프링클러 시설도 전혀 없어 초기 자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족한 소화 장비뿐 아니라 좌판과 상점이 밀집한 어시장 구조도 화재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좌판밀집 구역과 뒤편 2층 어시장 건물 왼쪽으로 폭 2.6m의 소방도로가 있지만, 도로변에 깔린 판매대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을 하지 못 해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끌고 100m 거리를 이동해 불길을 잡아야 했다.

전통시장 화재는 한번 발생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안전관리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진 않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전국 전통시장 1256곳에서 소방ㆍ건축ㆍ전기ㆍ가스 등의 안전점검을 벌여 319곳(25%)이 안전관리 실태가 불량하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유도등 파손, 화재수신기 회로 끊김과 예비전원 불량 등 648건에 대해 조속히 개선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 대상 중에서는 초기 진화에 중요한 소화기 관리 불량이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

18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로 시장이 잿더미로 변했다. 독자 제공

◇ "비닐 천막 좌판서 발화" =인천소방본부는 지난해 12월 소래포구 어시장을 비롯해 전통시장 49곳에서 소방차량 진입로 확보, 불필요한 적치물 제거 등 긴급 소방특별점검을 했지만 또다시 전통시장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화재는 비닐천막으로 된 가건물 내 한 좌판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남동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화재현장 인근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어시장에 설치된 60여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최초 발화점을 찾았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전체 4개 구역(가∼라) 332개 좌판 가운데 30% 이상이 몰려있는 '가' 구역 좌판 한 곳에서 가장 먼저 연기가 피어오른 장면이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가구역 변압기에서 5m 떨어진 한 좌판에서 처음 연기가 피어 올랐다"며 "좌판에는 각종 콘센트가 있어 전기 계통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초 발화점 인근에 있는 변압기 발화 여부도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소방관을 격려하고 있다. 독자 제공

◇ 대선주자들 "빠른 복구" 약속 = 여야 대선주자들은 화재현장을 잇달아 방문해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낮 12시 30분쯤 시장안에 차려진 화재수습 대책본부를 방문해 "피해 복구나 잔해물 철거 비용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며 "국민안전처로부터 특별교부세를 빠르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재보험에 가입할 경우 손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좌판 상점은 그렇지 않다"며 "근본적으로는 좌판상점이 무허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안상수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도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하고 빠른 복구를 다짐했다. 유시장은 "동구뿐 아니라 인천시에서도 지원본부를 꾸려 최대한 빠르게 영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소래어촌계 사무실을 찾아 복구책을 논의했다. 안 전 대표는 "문제는 전통시장 화재가 계속되고 있고 피해 복구라든지 보상 문제가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결과를 만들어서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보통 3평 상가가 월 3만원가량 화재보험료를 내는데 전국 전통시장 점포에 보험료를 지원하는데 연간 500억원 정도"라며 "화재보험이 조금이라도 피해복구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이러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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