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보는 성경에 수록된 책 가운데 하나인 '마태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방의 박사(점성가)들이 예루살렘까지 온 장면이 기록돼 있습니다. 야훼 하나님을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야훼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야훼 하나님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유다 사람들보다 먼저 알고 이분을 찾아 예물을 들고 경배하러 온 사실이 '마태복음'에는 기록돼 있습니다.  

몇 년 전 북향민(北鄕民ㆍ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과 함께 하는 독서ㆍ논술ㆍ인문학 수업과 토요 식사나눔에 관악산에 있는 A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했던 미국인 B가 왔었습니다. 그는 여느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 했는데, 당시 북향민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희들에게 "북향민을 위해 영어강의를 해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우리 모임에도 오겠다"고 했습니다. 당시에 그는 우리가 만든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했었습니다. 물론 이후 저희들의 사정 때문에 그 카페는 유명무실해졌고, 흐름을 따라 우리 모임도 밴드(band)로 갈아타기를 한 후 몇 차례의 개편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그와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외국인까지 저희 모임에 와서 북향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 글을 씁니다. 저는 한국사회에 와 있는 북향민을 하나님이 주신 예언(預言), "앞으로 남북관계가 달라질 테니 미리 준비하며 기다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예수님의 탄생을 저 먼 동방의 박사(점성가)들이 유다 사람보다 먼저 알고 찾아왔던 것처럼, 남북관계가 달라질 것이라는 징조를 우리나라 사람보다 미국인 B가 먼저 알아보고 다가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에 방점을 찍고 다가올 미래를 바꾸기 위해 덕이나 공적으로 신명(神明)들과 흥정하는 예언(豫言)과 달리, 하나님이 주시는 예언(預言)은 앞으로 펼쳐질 야훼 하나님의 질서에 방점을 찍고 그것에 순응해 현재 내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언(預言)에 대한 준비는 나와 우리가 하지만, 그 열매는 우리의 예쁜 후손들이 거두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인생과 신앙의 신비입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이때 열매를 굳이 내가 다 거두려고 욕심을 부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저부터도 신앙의 선조와 선배들이 뿌려 놓은 씨앗의 열매로 겨우 살아난 존재인데, 그것을 망각하고 그 열매를 제가 저의 시간대에 맞춰 다 거두려고 하면 균열이 생깁니다.

후손에게 남겨줘야 할, 통일된 미래 한반도에 임하실 하나님의 영광에 대비하기 위해 기도의 씨앗을 뿌리라고 세워진 공동체가 한국교회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가면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통일을 위해 뿌린 그 씨앗들이 자라서 통일을 위해 씨를 뿌렸던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모습을. 그거면 족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예언대로 살았더니 후손들이 나와 우리의 족적을 변호하고 있는 영원한 현재로 보상 받는 그것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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