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사망원인을 심장병이라고 주장한 북한 대표단의 발언을 일축하며 "명백한 살인증거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3일 말레이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전날 "여성 2명이 공항에서 독극물로 김철(김정남)의 얼굴을 문지른 뒤 그가 숨졌으며, 이후 이 물질이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판명났음을 전문가들이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할릿 청장은 "말레이에는 김철의 사망원인을 규명할 만한 실력있는 전문가들이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은 수사를 통해 '김 철'이 살해됐다고 확신한다"며 "북한은 그들의 주장을 펼 수 있지만, (살인) 증거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사망자가 '김 철'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고려해 김정남이라는 언급하지 않은 채 '김 철'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전날 말레이를 방문 중인 북한대표단이 김정남의 사인이 심장질환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북한대표단을 이끄는 리동일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 철'이 심근경색, 다른 말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때때로 치료를 받았다. 보통 컨디션일때도 심장질환 관련 약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었다"면서 사인이 심장질환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앞서 이번 사건 초기 강 철 말레이 주재 북한대사는 애초 말레이 당국이 사망자가 심장마비사했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하면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리동일 전 차석대사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인이 심장질환 중에서도 심근경색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볼 때, 사망자가 갑작스럽게 숨졌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리 전 차석대사는 이어 "VX라는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전혀 없다"면서 "VX는 접촉 때 즉시 사망하는 맹독성 물질인데 어떻게 다른 피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당국이 유일하게 체포한 북한용의자 리정철(46)을 기소하지 않고 추방키로 한데 대한 경찰 내부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증거불충분'으로 기소 유지가 불가능한 게 이유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서라도 증거를 찾아 기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말레이 경찰청의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부청장은 취재진에 "기본적으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그의 신병을 이민국에 넘길 것"이라고만 말했다.그는 리정철을 처벌할 증거가 불충분했느냐는 질문에는 언급을 거부했다.

한 소식통은 "경찰은 기소를 원했지만, 수사 보고서를 검토한 검찰이 이에 반대했다"면서 "검찰은 특정 증거가 정황상 증거에 불과해 피의자가 살인 음모에 직접 연루됐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고 전했다.

북한 대사관 측은 2일 저녁 김유성 영사부장 겸 참사를 리정철이 구금된 세팡경찰서에 파견했다. 그는 약 40분간 경찰서에 머물렀으며, 리정철의 석방에 필요한 서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김정남 암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대표단을 이끌고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운데)가 2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46)이 지난달 18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팡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