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대거 캠프 이탈하고 당국은 자택 압수수색

고개 숙인 프랑수아 피용

세비횡령 스캔들에 발목을 잡힌 프랑스의 제1야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62)의 캠프가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사법당국이 피용과 가족의 공금유용 혐의와 관련해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한데 이어 그의 대선 캠프에서도 속속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지지기반 붕괴가 가속화할 경우 공화당 지도부가 후보교체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르파리지앵 보도에 따르면 사법당국인 경제범죄대응센터(Oclciff)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파리 시내 부촌인 7구의 피용 부부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기습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은 수사법원의 명령에 따라 집행된 것으로 피용은 공금유용과 부정청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피용이 아내와 두 자녀를 의원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예비조사를 한 프랑스검찰은 최근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수사법원에 이첩했고, 법원은 피용에게 이달 15일로 출두명령을 내린 상태다.

수사법원은 피용을 불러 의견을 듣기에 앞서 증거 확보를 위해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소식은 이날 저녁 늦게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이날 아침부터 피용의 선거운동본부는 캠프 이탈을 선언한 의원들로 소란스러웠다.

공화당의 브누아 아파뤼, 에두아르 필리프, 크리스토프 베쉬 의원은 공동 성명을 내고 "더이상 우리의 후보를 지지할 수 없어 캠프를 탈퇴하기로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피용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다가 패배한 알랭 쥐페 전 총리 계열 의원으로, 특히 아파뤼 의원은 이달 초까지 피용 캠프의 대변인을 지냈다.

이들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정당하게 결정된 후보를 지지하는 의무를 저버린 적이 없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를 변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면서도 캠프의 운영방식에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쥐페 전 총리 계열로 분류되는 뱅상 르 루 의원도 앞서 이날 아침 캠프 탈퇴를 선언했다.

하루 전인 1일에도 피용과 공화당 경선에서 붙었다 패한 뒤 피용 캠프에 합류한 브뤼노 르 메르 하원의원(전 농무장관)이 캠프를 떠나겠다고 밝혔고, 국회 부의장 중 한 명인 공화당 카트린 보트랭 의원도 탈퇴를 선언했다.

또한, 대선에서 피용을 지지하기로 한 중도우파동맹 민주독립연합(UDI)도 지지 유보로 입장을 틀었다.

이처럼 제1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대거 이탈이 시작된 것은 피용이 수사법원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내분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용은 1일 법원의 소환 계획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긴급기자회견을 자청, 사법부가 정치적 의도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대선 완주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브뤼노 르 메르 전 농무장관이 피용이 죄가 드러날 경우 대선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며 탈퇴하는 등 피용 캠프가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랭 쥐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캠프 탈퇴를 선언한 의원 4명 모두 쥐페 전 총리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중도 성향의 통합형 리더로 평가되는 쥐페는 지난해 11월 공화당 경선 승리가 점쳐졌지만, 피용에게 예상 밖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피용의 스캔들이 불거진 뒤에도 "후보 교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작년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알랭 쥐페 전 총리(오른쪽)와 피용

이날 프랑스의 남부 도시 님으로 이동 중에 의원들의 대거 캠프 이탈 소식을 전해 들은 피용은 기자들에게 "내 기반은 여전히 탄탄하다. 나는 프랑스 국민을 믿는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반응과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피용은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밀려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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