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보다는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처럼 살라고 모일간지에 기고한 최재천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어느 쪽일까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최재천에 의하면 아인슈타인은 때를 기다렸다가 일발 장타를 친 홈런 타자였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피카소는 수시로 단타를 계속 치다보니 삼진도 당했지만, 홈런을 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과작(寡作)이지만 걸작(傑作)만 있고, 피카소의 작품은 다작(多作)이지만 졸작(拙作)도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 이 글을 보고 '나는 피카소와 비슷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고영성ㆍ신영준이 쓴 책을 봤습니다. 그랬더니 조금 달랐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만 5개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4개가 물리학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흔든 대작이었다고 합니다. 이때 그의 나이가 26세였습니다. 이때까지는 최재천의 진단이 맞았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그가 쓴 논문이 248개나 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후 그가 쓴 248개의 논문은 대부분 과학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최재천의 진단이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가 서로 비슷한 사람, 평균적으로 삼진을 꽤 많이 당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주된 관심사는 늘 '우리'와 '지금 여기'입니다. 우리는 이들과 다른 범인(凡人)입니다. 이들이 비록 삼진을 꽤 당했지만, 그래도 둘은 무엇인가를 봤기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이들처럼 우리가 본 것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을 보지 못했는데, 역사가 들려주는 교훈을 듣지 못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저는 매주 홈런을 치며 살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피카소처럼만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둘이 서로 그다지 많이 다르지 않은, 엇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이후 생각을 바꿔 아인슈타인도 피카소도 아닌 하나님께서 주신 복의 분량만큼만 저답게 살다가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제게 주신 복의 분량만큼만 견디며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살다가 내려가야 하는 산을 내려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아인슈타인 같은 인간이 따로 있는 줄 알았고, 그를 부러워하며 살다가, 결국 모든 인간은 피카소처럼 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안도감을 느낀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저에게는 26살, 젊은 아인슈타인의 DNA가 있는 게 아니고 피카소와 같은 DNA가 아주 조금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는 그냥 '정이신'이라는 DNA로 가득 채워진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분량만큼만 충실하게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특별한 DNA를 가지지 못한 저는 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서로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에 '아, 그렇구나'하고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혹 어딘가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비슷한 DNA를 가진 사람끼리 차나 한 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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