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 멀어지면 가장 큰 지지기반 잃는것"···야당간 눈치싸움도 부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탄핵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결단이지만 일각에서는 국정 혼란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나아가 이번 탄핵을 계기로 보수층이 결집할 경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대선 주자들 역시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황 권한대행의 탄핵안에 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한 중진의원은 "탄핵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이다. 현재 외교·안보 사령탑도 없지 않나"라며 국정혼란 장기화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국정공백 책임론이 제기된다면 수권정당으로서 이미지에 금이 갈 우려도 있다. 여기에 당내에서는 야당의 대응이 과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보수층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걱정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위험부담 속에서도 민주당은 다른 당과 공조하면서 탄핵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역풍 우려에 부딪혔다. 당내에서도 소극적인 인사가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안을 거부하는 모습은 용서하기 어려웠다. 역풍이 불더라도 해야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처럼 탄핵 추진으로 방향을 굳힌 것에는 국민의당 등 다른 야권의 압박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당에서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민주당이 '선(先) 총리 교체-후(後) 탄핵'이라는 국민의당 제안을 거부한 것이 이날 특검연장 불수용 사태를 불러왔다며 특검 연장 무산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칫 이런 책임론이 촛불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진다면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특검연장 무산 과정에서 지도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당내 비판 목소리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의총에서는 이석현 의원이 "낮에는 국회의장실에 가고 밤에는 국회의장 공관에 찾아가서라도 직권상정을 촉구해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여론의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는 취지로 충고했다.

송영길 의원도 "총리 공관에서 농성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제라도 의장 공관에 다 같이 찾아가 직권상정을 설득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언주 의원도 "특검 시한을 역산해 1월에 미리 (특검연장) 법안을 냈어야 했던 것 아니냐"라며 "국민은 탄핵이 끝나고 책임감 있는 정당이 어디인지 판단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대선 주자들은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당에서 결정한 것이지 대선 주자들과 협의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자들로서는 대선 구도에 작은 변수라도 생기지 않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결정한 일을 예비후보가 이래라저래라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의 결정을 존중하며, 특검 연장을 위해 온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리 이런 결정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은 든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대선 전 보수층 결집은 예상했던 바다. 황 권한대행의 탄핵안이 결정적으로 국면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차분하게 당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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