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재단 '100대 재난 회복력 도시 프로젝트' 마이클 버코비츠 회장

"단순하게 낡은 다리와 지하철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우리의 삶과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미국 록펠러 재단 '100대 재난 회복력 도시 프로젝트'(100 Resilient Cities·이하 100RC)를 이끄는 마이클 버코비츠 회장은 메가 시티 서울의 안전을 위해서는 "노후 시설 개선에 아낌없이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코비츠 회장은 2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서울은 내가 겪은 다른 도시보다는 예산이 비교적 넉넉한 곳"이라며 "30년 이상 된 낡은 지하철과 다리를 단순히 고치는 차원을 넘어, 이를 통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준다든지 하는 '큰 그림'을 그려 예산을 잡아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증세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RC는 미국 록펠러 재단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100개 도시를 선정해 재난 회복력이 있는 도시를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런던·파리·로마·뉴욕 등 세계 유명 도시가 선정됐고, 서울은 지난해 국내로는 유일하게 9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마이클 버코비츠 회장

2013년부터 록펠러 재단을 지휘하는 버코비츠 회장은 뉴욕시 긴급 사태 관리국 부국장, 도이체방크 운영 위기 관리부 글로벌 부사장 등을 지낸 재난·방재·위기 대응 분야 전문가다.

그는 2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세계 100대 재난회복력 도시 선정식 및 기념워크숍'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버코비츠 회장은 서울이 선정된 것은 교통, 경제 개발, 부동산 개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져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여러 요소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는지를 살펴본다"며 "서울을 이끄는 박원순 시장이 굉장히 진취적이고 혁신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또 서울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큰 도시라는 점에도 주목했다"고 말했다.

버코비츠 회장은 "서울이 수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면서도 "역사가 더 오래된 뉴욕 같은 도시도 인프라 노후화, 허리케인, 교통 체증 등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짧은 시간에 성장했다는 점 자체보다는 현재 21세기에 어떻게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뉴욕의 방재를 맡아 재난 관련 대책을 기획한 바 있다. 특히 2001년 사상 최악의 9·11 테러를 맞아 대응 전략을 구축하기도 했다.

버코비츠 회장은 "1990년대 당시에는 허리케인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여기고 행정력을 집중했다"며 "그런데 2001년에는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터졌고, 비행기 사고도 발생했으며, 이후 경제위기가 닥쳤다. 어떤 위험이 찾아올지 예측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가 닥쳐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반적 견고함'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가 부실해지고 개인화됐다고는 하지만, 도시 인프라를 활용해 공동체를 부흥시킨다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훌륭하게 극복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버코비츠 회장은 "고층 빌딩이나 도로만 무턱대고 짓는다면 사람이 모일 '공공장소'가 사라지고, 공동체도 점점 없어질 것"이라며 "시민이 공유하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사람이 모이고 공동체가 복원된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코비츠 회장

구체적인 방안을 묻자, 어느 선진국 대신 의외로 우리 주변의 사례를 제시했다. 차량을 없애고 보행 공원으로 변신 중인 옛 서울역 고가, '서울로 7017'이다.

"과거 도시를 개발할 때는 차량 흐름만 고려해서 도로 확장에만 관심을 뒀죠. 하지만 '서울로 7017'은 차를 없애 시민이 걷고 운동도 하게 하는 사회적 시설입니다. 이처럼 시민이 모여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소를 만든다면 공동체 복원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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