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이나 사우나에 다녀온 후 '물이 좋다'는 표현을 한다. 해외 여행중 머리를 감은 뒤 뻣뻣해 진 느낌을 받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물이 달라 생긴 현상이다. 물의 좋다는 의미는 어떤 기준일까.

물은 포함된 성분에 따라 경수(硬水)와 연수(軟水)가 있다. 경수는 칼슘과 마그네슘, 철, 망간 같은 무기질이 많이 포함된 물이다. 마셔보면 목넘김이 빡빡하고 비누도 잘 풀리지 않고 다소 끈끈함이 있어 예로부터 '센물'이라고 불렸다.

반면 연수는 무기질이 적게 포함된 물이다. 마실때 목넘김이 부드럽고, 목욕을 하면 비누가 잘 풀리고 미끌거리기도 한다. 빨래를 해도 때가 잘빠져 예로부터 '단물'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경도 1도는 18PPM(18mg)에 해당한다. 연수 최대치인 경도 6도(107PPMㆍ107mg)를 기준으로 높으면 경수라고 한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은 70~100PPM(70~100mg )정도로 경수에 가까운 연수에 해당된다.

경도가 높은 물은 미네랄 등이 풍부, 칼슘같은 무기질이 배관에 쌓여 배관을 막는 경우도 있다. 목욕탕이나 공장등이 '경수연화장치'를 부착해 연수로 만들어 사용하는 이유다. 흔히 '연수기'라고 불리는 경수연화장치는 경수의 칼슘과 마크네슘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로 제오라이트라는 소금과 같은 물질을 촉매제로 사용한다. 경수가 이 장치를 통과하면 칼슘과 마그네슘이 어느정도 제거돼 연수가 된다. 무기질이 심하게 제거되면 비누푼물과 같이 많이 미끌거리기도 한다.

경수와 연수는 맛에서도 차이가 있는 만큼 쓰임새도 다르다. 멸치나 다시마 국물을 우릴때나 밥을 지을 때, 차를 끓을 때, 연수가 좋다. 반면 운동후, 임산부의 미네랄 보급이나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수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명품 물 '에비앙'은 미넬랄이 풍부한 광천수로 대표적인 경수다. 유럽인들은 경수를 선호하고 경도가 높아 '미네랄워터'라고 불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넘김이 좋고 부드러운 연수를 선호해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생수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연수에 가깝다.

온천이나 광천수 목욕을 하고난 후 "물이 미끈거려서 좋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느낌으로 목욕수의 좋고 나쁨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몸에 쉽게 와닿는 방법으로 미끌거림을 이용한다. 이는 우리나라 온천수나 광천수는 암반층을 뚫었기 때문에 광물질(미네랄)이 풍부한 경우가 많아 미끌거림보다는 다소 빡빡함이 느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미끌거림이 많은 이유는 '경수연화장치'를 통과한 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목욕수로 좋은 물은 어떤 물일까.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은 다소 미끈거리면서 부드러운 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미네랄이 풍부해 약간 빡빡함이 느껴져 비누없이도 적당히 때가 밀릴 수 있을 정도의 낮은 경도의 경수가 목욕에 적합한 물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온천은 이같은 기준에 적합하다고 할수 있다. 여기에 더불어 별도로 가열 등을 하지 않고 천연상태에서 제공되는 온천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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