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 전면시행되며 영세 학원 직격탄···"인건비 추가부담" 반발 격화

"학원들 죽으란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을 의무화한 일명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지난달 29일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세림이법'은 2013년 충북 청주에서 통학차량에 당시 3세이던 김세림양이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의무를 대폭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2015년 1월 29일 시행됐는데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운영하는 소규모 학원은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이 유예기간이 끝나자 소규모 영세 학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승자 탑승이 의무화했기 때문에 단숨에 수백만원의 인건비 부담을 추가로 안게 된 것이다.

어린이 통학차량 점검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박모(58)씨는 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운전기사에 동승자 월급까지 주려면 통학차량 한 대에 한 달에 25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경제난 탓에 학원비 인상은 쉽지 않아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것이다.

박 씨는 "한 달 이익이 평균 100만∼150만원인데 동승자까지 구해야 한다면 차라리 통학차량을 없애는 게 낫다"며 "세림이법으로 오히려 운전기사나 학원 강사들이 해고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예 통학차량과 초등부를 폐지한 학원도 나왔다.

한 수학학원 부원장 A씨는 "초등부 어머니들 상대하는 게 힘든 데다 세림이법으로 통학차량 문제도 골치가 아파져 작년에 아예 통학차량 2대를 없애고 100명 남짓인 초등부도 없앴다"고 말했다.

학원 입장에서는 근무 시간과 경력 등이 들어맞는 동승자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도 문제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정부에서 지원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이번에도 한 동승자가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더니 며칠 전부터 연락이 안 되고 있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이러다 보니 벌금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동승자 없이 통학차량을 운영하겠다는 곳도 있다.

수학학원 원장 강모(35)씨는 "일단 동승자 없이 통학차량을 운영해보고 컴플레인이 계속 들어오거나 벌금 등이 문제가 되면 차량을 아예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이익단체들도 나섰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영세 학원의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세림이법 시행으로 영세 태권도장과 학원의 절반 이상이 폐원해 대규모 실업이 우려되고, 불·탈법 운행이 증가해 어린이 교통안전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초등학생의 경우 동승보호자 대신 운전자가 내려서 승하차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연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실성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

경찰도 업계 상황을 고려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법 집행 방향을 정하고 어린이 안전이 후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입법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장 다음 달 새 학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어린이 통학버스 일제 관리에 돌입하지만, 보호자 동승 여부만 일제 단속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다.

그보다는 신호위반, 아동 안전띠 미착용 등 다른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보호자 동승 여부까지 같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준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학버스 운전자 자격증 제도 등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 있고, 이런 의견이 업계를 통해 국회에 이미 전달된 상황"이라며 "어린이 안전이 후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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