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때로 저더러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습니다. 저에게 목사로 사는 이유를 묻는 것인데, 이유는 딱 한 가지 '하나님(성령님)께 죄를 짓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무서운 것이 하나님(성령님)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마태복음 12:32). 형사와 민사상 죄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형을 복역하며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오직 하나님(성령님)만이 아는 죄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성령님)만 아는 죄, 하나님(성령님)께 지은 죄는 용서를 빌 곳이 없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기에 노인분에게 사람의 숨겨진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당시 저의 주변에는 젊었을 때 평판이 좋았거나 인품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람인데도, 늘그막에는 비참한 말년을 보내다가 힘들게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나중에 알고 보면 반드시 다른 사람이 잘 몰랐던 숨겨진 잘못이 있었습니다.

A라는 사람은 젊었을 때 공직에 있었는데 '부처님의 반 토막'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곳은 기독교인보다 불교인이 더 많았습니다). 당연히 공직에 있는 동안은 큰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결정적으로 숨겨진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겉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착하게 행동하는 듯했지만, 정작 본심은 자신을 위한 계산으로 가득 차 있는 행동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밖으로는 남을 생각해주는 척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이것이 모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술책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는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갔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자신의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자신을 잘 따르는 착실한 후배나 부하 직원일지라도 '위에서 하는 명령'을 핑계 삼아 자신이 조금만 변호해주면 굳이 직장을 그만둘 일이 없는데도 파직당하도록 내버려 뒀습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자신의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에 그는 단 한 번도 '하나님의 정의(正義)'를 위해 남을 변호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파면된 부하 직원이 여럿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부하 직원이 잘못해서 파면된 것이지만, 그가 조금만 변호를 했어도 충분히 파면되지않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노년이 어떠했을 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주변에 있는 마을 어른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하늘 앞에서는 덕(德)을 쌓아야지 죄를 지으면 숨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요즘 세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노인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세대는 노인분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짓는 죄는 가려진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세상은 잘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며 살 수는 있겠지만, 하나님(성령님) 앞에서는 숨길 곳이 없습니다. 차라리 사람에게 미움을 살지언정 하나님(성령님)께는 죄를 짓지 않고 사는 것이 백번 더 낫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성령님)께서 죄의 대가를 물어내라고 하시면 뭐라고 답을 할 것입니까. 이것이 제가 목사로 사는 이유입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 연합회 목사 안수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 공동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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