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집회' 후 최대 규모…주최측 13만명·경찰 6만8천명

주말인 14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노동·농민단체 회원 등 수만명이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광화문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하다 세종로 일대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밤늦게까지 충돌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횃불을 들기도 했으며, 마스크를 쓰고 차벽으로 설치된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는가 하면 인도의 벽돌을 깨 던지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경찰도 이에 맞서 물대포에 캡사이신 용액을 타 직사(直射)하며 대응해 물대포를 맞은 60대 시위자가 중태에 빠지는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광화문 세종로 일대는 이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공권력이 사실상 실종된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6만8천명으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다.

본 행사에 앞서 각 단체는 오후 1시부터 대학로와 태평로, 서울역 광장, 서울광장 등지에서 사전집회를 열어 노동개혁과 청년실업, 쌀값 폭락,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빈민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현 정부의 실패와 불통을 규탄했다.

경찰의 수배를 받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조합원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집회에 합류했다.

한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을 시작으로 다음 달 강력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온 국민이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폐기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께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등의 광화문 광장 집회신고를 불허했다. 경찰은 집회 관리를 위해 240여개 부대, 2만2천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하고 경찰버스 700여대와 차벽트럭 20대, 살수차 등의 장비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 일대를 원천 봉쇄했다.

이에 일부 과격한 시위대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 차벽에서 분리한 뒤 그 틈으로 진출을 시도했고, 각목과 접이식 사다리 등으로 버스 창문을 두드려 깼다.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거나 시설물에서 뜯어낸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도 있었다. 차량 위의 경찰을 밀어 떨어뜨리려 시도하는 시위대도 목격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구속된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권총형 캡사이신과 소화기를 뿌리며 시위대를 제지했고, 살수차를 동원해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은 차를 밧줄로 끄는 일부 시위대에게 직사포를 쏘기도 했다.

시위대와 경찰 양측에서 수십명의 크고 작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백모(69)씨가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위독한 상태다.

오후 9시께 시위대 6천여명이 남아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경찰 차벽 앞에서 '박근혜 퇴진'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갈 때 마스크를 착용한 시위대 30여명이 횃불을 들고 나와 경찰이 소화기로 이를 진화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로 세종로 일대를 비롯한 서울 도심 교통이 심각한 정체를 빚었다.

경찰은 오후 11시 현재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과격 행위를 한 시위자 26명을 검거해 시내 경찰서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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