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 가는 길
김하리

 

검룡소 가는 길
어찌나 그리 쓸쓸히 아름답던지

삼수령 고갯길
누비누비 내리던 눈꽃 사이사이
잣나무 긴긴 다리 희끗거리고
가지마다 눈꽃 달아 유혹하더니
내가 부르던 이름과 노래마저도
몽땅 털어가더니
꿈속처럼 아늑하게 침전되더니

이무기 용 되려고
발버둥쳤었다는 폭포 앞.
나는 온 몸 벗었네
말갛게 드러나는 젖가슴 사이로
이내 함박눈 마구마구 내렸네

누비누비 내리던 눈꽃사이로
콩알도 잠그고
발목도 잠그고
내 가슴도 잠궈버렸네

돌아오는 길 다시 돌아오리라
콩알 뿌려 두었네

* 검룡소 : 강원도 태백

김하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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