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상황 우려도 본문에 첫 명기···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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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30일(현지시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21호는 기존 제재의 틈새(loophole)를 메워 북한의 자금줄을 더 강하게 옥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북한의 외교관계를 압박하는 동시에 추가 도발시에는 유엔 회원국의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안보리 안팎에서는 이번 결의가 잘 지켜지면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고 북한이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3월2일 북한제재결의안인 2270호를 채택하는 안전보장이사회[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발 82일만에 나온 결의안···핵ㆍ미사일 관련 8번째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안보리가 채택한 8번째 제재안이다.

안보리는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첫 결의안을 내 놓았다.

또 이후 4차례 진행된 핵 실험에도 꼬박꼬박 결의안으로 대응했으며, 탄도미사일 실험과 관련해서도 두번이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이 나오는 데는 이전보다 오래 걸렸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것이 9월 9일인 것을 고려하면 무려 82일만에 나왔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맞선 결의안은 5일만에 나왔고, 2차와 3차 핵실험도 18일, 23일만에 각각 채택됐다.

올 1월 4차 핵실험을 징계하기 위한 역대 최강의 2270호 결의안을 만드는데 57일이 걸린 것보다 이번에는 25일(또는 24일)이 더 걸렸다.

이렇게 오랜 기간이 소요된 것은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간 합의에 진통이 컸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는 북한의 행태를 끝장내기 위해 강한 제재를 추진한 데 비해 북한의 오랜 우방인 중국은 징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수준과 관련해서는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의 한 소식통은 "석탄 수출에 한도를 설정하자는 원칙에 중국이 처음부터 동의한 것은 아니며, 이후에는 한도를 얼마로 할 것인가를 놓고도 줄다리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는 "석탄과 관련한 논의에만 약 1개월 반이 걸렸다"며 석탄 수출의 실질적인 봉쇄가 최대 난관이었음을 시사했다.

◇ 제재 틈새 메워 북한 석탄수출 62% 차단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석탄수출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지난 3월 채택된 2270호 결의안의 제재를 북한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그물을 더 촘촘하게 만들었다.

가장 핵심은 민생목적의 석탄 수출을 허용한데서 발생하는 틈새를 메우는 것이었다. 북한 주민의 생계를 억압하지는 말자는 선의가 악용되면서 북한에 경제적 타격이 가해지지 않자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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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는 석탄수출의 상한을 설정하는 것으로 그물을 다시 짰다.

민생용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내년부터 연간 수출 규모를 4억90만 달러(약 4천704억 원)또는 750만t 중 낮은 쪽으로 설정했다.

이는 작년에 북한이 수출한 석탄의 38%에 해당하는 것으로, 달리 이야기하면 62%가 감소하는 것이다.

수출 상한이 잘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절차도 강화해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는 나라는 매월 수입량을 30일 이내에 북한제재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수출 상한의 75%, 90%, 95%에 이르렀을 때에는 전 회원국에 통보가 내려가며 특히 95%가 됐을 때에는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동(구리)ㆍ니켈ㆍ은ㆍ아연 등 다른 광물도 수출금지 품목에 포함시켰으며, 북한이 조형물을 만들어 외국에 판매하는 것도 봉쇄했다.

아울러 안보리 제제 결의 사상 처음으로 재래식 이중용도 이전금지 품목 리스트를 도입했다. 이는 민수용으로 수입한 뒤 군수용으로 전환해서는 안되는 품목으로 북한제재위원회가 15일 이내에 구체적인 목록을 정한다.

◇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시킬 수 있다' 경고 담겨

이번 결의안이 이전 결의안과 다른 것은 북한의 유엔 회원국 권리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들어간 것이다.

안보리로부터 예방조치 또는 강제조치의 대상이 되는 회원국은 총회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회원국 권리와 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문구를 명확히 담았다. 안보리 결의안에 이런 내용이 담긴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유엔 회원 자격 문제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처음으로 공식 거론한 이후 가라앉았다가 이번에 안보리 문서에 등장했다.

아직 유엔 회원으로서 자격과 특권을 정지당한 선례는 없지만, 계속 도발한다면 안보리 공고와 총회 투표를 거쳐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유엔총회에서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자격이 정지된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가 안보리 결의안 본문에 담긴 것도 특징적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인권을 희생하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이 안보리 이사국에 형성됐음을 유추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북한의 외교 창구인 외국의 공관과 영사관의 직원을 축소하도록 촉구하는 표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곧바로 축소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공관을 신설하거나 직원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 외교관이 밀수 등에 관여하는 것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상업적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강조했으며, 북한이 외국에 보유한 부동산을 외교 또는 영사활동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 북한 정권에 실질 타격 예상···철저한 이행이 관건

안보리는 석탄 등 광물에 대한 수출 금지만으로 북한의 수출이 연간 8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연간 수출 규모가 30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27%에 해당하는 금액이어서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오 대사는 이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후 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투자액은 10억 달러 이상으로 북한 주민들이 먹을 식량 1년치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밝히고 "사람은 무기를 먹을 필요가 없다.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유엔 모든 회원국에 북한과의 무역을 위한 공적·사적 금융 지원을 금지한 것은 수출 허용 품목조차 수출을 어렵게 하는 장치이다.

여기에는 수출신용을 금지하고 보증 또는 보험을 제공하는 것도 못하게 해 북한과 거래를 꺼리게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핵·미사일 프로그램 비용으로 조달된다며 회원국에 주의를 촉구한 것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말라는 권고나 다름없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로 무장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한 외교관은 "이번 조치가 북한의 핵포기를 당장 이끌어내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유엔 회원국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북한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3월 채택된 결의안의 이행 보고서를 낸 국가가 현재 69개국에 불과하다는 것은 우려스런 부분이다.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고 3개월 이내에 이행보고서를 내야 하지만 8개월이 넘도록 3분의 2가 제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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