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미국 사회 소수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 맞춰 흑인 등 소수계의 총기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NBC 방송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NBC 방송과 인터뷰한 총기 판매상들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당선된 8일 이래 흑인과 소수 인종 고객이 4배 늘었다고 밝혔다. 또 흑인 총기 옹호단체는 대선 이후 모임 참석자가 2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대선 운동 기간 반(反)이민자·반무슬림 태도를 견지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일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보란 듯이 소수계를 향해 증오를 일삼아 사회문제가 됐다.

미국 앨라배마 주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남부빈민법센터(SPLC)는 대선 이래 700건 이상의 증오범죄 신고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성 소수자(LGBT) 단체도 증오와 관련해 걸려오는 신고 전화가 사상 최고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라 미국 소수계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총기를 구매한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에만 230만 명이 총기 구매 신원조회를 거쳐 18개월 연속 월간 신원조회 기록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총기 규제를 내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총기를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총포상들은 호황을 즐겼다. 총기 제조사의 주가도 폭등했다.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지원 속에 무기 휴대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의 열혈 지지자인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하자 총기 옹호자들의 우려가 사라지면서 총기 제조사의 주가는 20%나 빠졌다.

하지만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이 새로운 구매층으로 등장하면서 총기 시장은 여전히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총기 판매상인 얼 커티스는 소수계 고객의 증가를 전하면서 "이들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수계 구매자들은 어쩔 줄 몰라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권총을 알아보는 첫 총기 사용자들"이라면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이미 보여준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주 총기 연습장 주인인 마이클 카길은 그간 흑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포기했으나 대선 후 한 달도 안 돼 흑인 20명과 무슬림, 히스패닉, LGBT 등 소수계가 총기 훈련 수업에 참석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흑인 총기 옹호단체는 흑인 여성을 중심으로 안전한 총기 안전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원 1만4천 명을 거느린 미국흑인총기협회의 설립자 필립 스미스는 "회원들이 권총은 물론 AR-15, AK-47과 같은 반자동 소총도 사들이고 있으며 초보 권총 구매자 대부분은 9㎜ 또는 38구경 권총에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회원 대다수가 앞으로 5∼10년간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불안해한다"면서 이들은 진정시키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흑인 인권단체에 기부하고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파티를 개최하기도 했으나 흑인에게 임대를 거부해 1975년과 1978년 미국 법무부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흑인 단체와의 관계는 원만치 못한 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운영한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으로 내정한 것도 흑인 등 소수계를 불안케 하는 대목이다.

SPLC는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백인민족주의 선전기관'으로 규정했다. 배넌은 "나는 백인 국수주의자가 아닌 경제 국수주의자"라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미국 총기 박람회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흑인총기협회 홈페이지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