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16명 감염, 10명 사망…치사율 62%로 가장 높아

중국에서 최근 국내 유입이 확인된 H5N6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또다시 발생, 이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감염 오리 살처분 모습

중국 후난(湖南)성 사오양(邵陽)시의 농민 뤄모(47·여) 씨가 지난 18일 생명이 위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일 결국 사망했다. 뤄 씨는 죽은 조류와 접촉한 뒤 H5N6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H5N6형 바이러스의 16번째 인체 감염 사례이자 10번째 사망자다.

AI는 야생조류나 닭, 오리 등 가금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최근 종(種)간 장벽을 넘어 인체에 감염되는 사례가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AI는 100여 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인체 감염이 발생한 바이러스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유형이 H5N1, H7N9, H5N6, H9N2, H10N8 등이다.

H5N1의 경우 2008년 이후 세계적으로 856명이 감염돼 452명이 숨져 52.8%의 치사율을 보였다. H7N9도 감염자 800명, 사망자 320명으로 40%의 치사율을 기록해 적지 않은 공포감을 불러왔다.

이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건 사람 간에 전파가 이뤄지는 특성 때문이었다.

H5N1은 가족 간에 제한적 전파가 이뤄졌고, H7N9은 가족과 병원 안에서 제한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H9N2형은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가 30여명, 사망자 1명이 발생했고, H10N8은 확진자 3명, 사망자 2명이었다.

이번에 국내에 유입된 H5N6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에서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함으로써 62.5%의 치사율을 보인다.

감염 인원은 많지 않지만 치사율은 AI 바이러스 중 가장 높다. H5N1의 치사율보다도 10%나 높은 수치다.

인체 감염률이 높지 않지만 한 번 걸리면 치명적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아직 사람 간 전파 사례가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지금까지 분석 결과, 국내에 들어온 H5N6형은 올해 초 홍콩 야생조류(대백로)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99% 이상 유사한 것으로 파악돼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AI 방역 모습

하지만 발생 지역과 시기, 기후 등 환경에 따라 임의로 변이하는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는 없다.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도 변이 가능성이다.

2009년 크게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도 처음엔 '돼지독감(Swine flu)'이었다. 종간 장벽을 뚫고 인체에 감염된 뒤 나중에는 사람끼리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변이돼 '창궐' 수준에 이르렀다.

AI 경우도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융합하면서 사람 간 전파가 잘 되는 쪽으로 큰 변이가 일어나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아직은 H5N6를 비롯해 AI 바이러스가 그런 변이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H5N6에 감염된 16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금류에 직접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AI는 감염된 조류에 의해 오염된 먼지, 물, 분변 등에 묻은 바이러스를 접촉함으로써 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닭, 오리 등 가금류에서 H5N1, H5N8형 고병원성 AI가 유행한 바 있지만, 인체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AI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철새 도래지와 가금류 농장 방문 자제,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철저 등이 필요하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조언했다.

또 손으로 눈, 코, 입 만지는 것을 피하고 호흡기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쓰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오리 고기는 도축 검사를 거쳐 선별한 건강한 개체여서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AI 바이러스 자체가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해도 사멸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열 조리한 고기는 섭취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AI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기는 하지만 인체 감염이 많지는 않다"며 "국내외 AI 유행 지역에서 가금류와 접촉한 뒤 발열,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관할 보건소 등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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