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라고 할 수 없다" 원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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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놓은 부동산도 '오랜 기간'을 점유하면 그 사람의 것으로 인정해주는 민법 '시효취득' 제도의 적용대상이 될까? 소유권 등기를 했기 때문에 내 땅이란 얘기가 아니라 20년간 잘 점유해왔기 때문에 내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민법은 부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20년간 평온하게 점유하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권을 인정한다. 이른바 '시효취득' 규정이다. 이때 부동산에 설정된 기존 담보·저당·가압류 등기 등은 모두 소멸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0일 손모씨가 자신 소유 부동산에 가압류 등기가 설정된 점을 근거로 강제경매를 신청한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제3자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적법한 등기를 마치고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자기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에는 특별한사정이 없는 한 사실 상태를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할 필요성이 없다"며 "그러한 점유는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보통 법률은 권리·의무 관계를 규정해 놓고 이것이 사실로서 실현되도록 하지만, 시효 제도처럼 일정한 현상·사실이 존재할 경우 그에 맞춰 권리·의무 관계로 보호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점유하면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이어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고 소유자로서 점유하면서 점유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소유권 취득 이전부터 존재하던 가압류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자기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놓은 부동산을 굳이 '20년 점유'해 소유권을 인정받은 땅이라고 주장하는 데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는 인식이 깔렸다. 부동산에 적법하게 설정된 가압류 등기 등을 소멸시키는 수단으로 시효취득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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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1992년 2월 A 건설회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이듬해 11월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하지만 그사이 A사가 해당 부동산에 서울보증보험 이름으로 가압류 등기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압류 등기를 하면 등기를 설정해준 사람과 등기권리자 사이에 생긴 채무를 이유로 등기권리자가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강제경매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A사와 서울보증보험 사이에 채무가 발생하면 손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증보험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길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서울보증보험은 1999년 발생한 A사의 구상금 채무 6억2천141만원을 이유로 법원에 손씨의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손씨는 소송을 냈다.

손씨는 "20년 넘게 부동산을 점유해 소유권을 시효취득했다"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압류 등기는 소멸했으므로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 2심은 "부동산에 소유권 등기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점유 취득시효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이라 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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