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앞두고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박 대통령과 북핵 문제 논의할 것"

"핵 개발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카자흐스탄이 실천한 비핵화 모델을 따르길 제안합니다."

지난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정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북한에 핵 개발 노선 포기를 조언했다.

9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방문하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서방의 지원을 통한 경제 개발에 성공한 모범적 비핵화 모델을 만든 지도자로서 핵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에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권고했다.

옛 소련 붕괴 과정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미국, 러시아, 영국에 이은 세계 4대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1991년 12월 독립 당시 카자흐스탄은 1천400여 개의 전략핵무기와 100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0대의 전략핵폭격기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생 독립국 카자흐스탄은 '가난한 핵 보유국'과 '핵을 포기한 경제 신흥국'의 갈림길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선진국의 원조를 발판으로 경제개발에 나서는 길을 택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대규모 투자와 불가침을 보장받고 1995년까지 자국 내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겼고 핵시설을 폐쇄했다.

이후 카자흐스탄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9% 이상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최근 2~3년 동안 국제 저유가와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경제난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국가 가운데선 가장 앞서 발전하는 국가가 됐다.

독립 카자흐스탄을 25년 동안 통치해온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비핵화 운동에 앞장서며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설립을 주도해 왔다.

지난해 9월 제70차 유엔 총회 연설에선 "유엔 창립 100주년(2045년)까지는 핵무기가 역사의 유산이 돼야 한다"면서 향후 30년 동안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핵 개발 정책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계속해 왔다.

1995년 이후 6번째로 한국을 방문하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한-카자흐 경제협력에 대해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한국 자본이 참여하는 465개의 합작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미 1억6천100만 달러(약 1천840억원) 규모에 달하는 14개 합작 프로젝트가 이행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밖에도 25억 달러 규모의 전망 있는 합작 프로젝트 10건 정도가 있으며, 의료 및 제약·IT·제철·석유-가스 산업 분야 등의프로젝트 실현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 진출을 요청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국경 지대에 조성되고 있는 운송·물류 단지 겸 경제특구 '호르고스' 사업에도 한국 투자자들의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카자흐스탄과 한국 경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아니고 보완 관계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논의 중인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 혹은 EAEU)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EEU 회원국인 카자흐스탄과 한국 두 나라 경제협력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내년이 고려인(옛 소련권 거주 한인)들이 러시아 극동에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지 80주년이 되는 것과 관련 "현재 10만 명이 넘는 카자흐 내 고려인들은 자신들의 관습을 보존하면서 카자흐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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