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고문의 '근심 걱정'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서달산. 관악산 줄기가 한강쪽으로 뻗어 나와 공작의 날개형으로 갈라진 국립서울현충원의 뒷산은 현충원을 포근히 감싼 형상으로 풍수적 명당지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작동 지명의 모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한강조망 명소가 많아 타 지역에서도 발길이 이어진다. 해발200m도 채 안되는 산이지만, 한강 물결과 수억년을 다퉈온지라 산자락 비탈은 가파르다. 산 뒷쪽은 숭실대가 자리잡고 있으며 상도동 주거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경사 비탈에 집채보다 큰 '만년' 거암이 위태롭다. 구청도 위태로움을 인지했는지 시멘트로 구조물을 받치곤 있지만, 크기가 베개 몇개만 해 보여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현장에서 본 기자의 눈에는 어림없다. 폭파로 해체하기도, 굴리기도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고해서 국지성 호우 때  인명과 건축물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데 어찌 방치할 수 있겠는가. 민간차원에선 어찌 해 볼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동작구 구청녹지과와 동작소방서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새벽 등산 하산길 내내 손자병법의 구절이 떠오른다. 무시기불래하고, 시오유이대야(無恃其不來,恃吾有以待也)니라. (아마 적이 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나에게 대비가 되어 있음을 믿어라 아닐까 한다 )
 기우일까.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으로 매일 이 길을 다닌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법칙(Heinrich's Law)이 떠오른다. 아무런 소린 아직 못듣고 있다지만 말이다.
 우면산 산사태 현장에서 안전순찰과 복구작업 봉사를 하면서 많은걸 느꼈다. 그 사정들을 시간나면 길 게 써볼려구 했지만, 인간의 머리판단이 매우 미흡하다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을 추구, 우리가 엄청난 수준에 도달했지만, 공학·물리학적 연구실적들이 아무리 산적해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태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서달산. 김영배 기자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서달산. 김영배 기자

실례로 단시간 400㎜ 집중폭우가 쏟아지면 연구하고 대비한 수준으로는 절대적으로 처리가 불가한 상태가 된다. 어떤 이론도. 학설도 별 무소용이다. 모든 재해방지 구조물을 비록 과학이론적으로 시공했다지만, 적어도 10배 이상의 수준으로 높혀도 산사태 방지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연구로는 아직도 어림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 상태가 되니까 산이 툭툭 터져서 계곡이 생기고 지형자체가 변형된다. 신봉하는 과학도, 어떤 학문도 거기엔 부족하다. 오직 자연의 위대성과 인간의 부족함만을 통탄하고 눈물만이 남는다.
 안전분야 시공은 연구된 공학적 이론에다 적어도 3배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해서 시공토록 해도 불안하다. 과학자들은 웃을수도 있겠으나, 산이 터져버리는데 무슨 시멘트 벽체와 관로가 존재하겠는가.
 관료들의 서달산 답사를 권한다. 하지만 아마도 이 바위도 '현재까지 견뎠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을 확인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삶의 질 1등' 서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판넬에 쭉 써서 박아놓고도, 도시 한가운데서 아침 1시간만에 18명이나 참사를 당하고, 처참해진 우면산 몰골을 본 아픈 추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산길 내내 기자의 머릿속엔 '사고필발, 신뢰미발이나, 불발사고 신뢰필발' 이니라 하는 소리가 울려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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