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이상, 전체 피의자 중 8.8% 차지…"따뜻한 관심과 배려 필요"

농사를 짓는 이모(75)씨는 지난해 7월 16일 낮 전북 김제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이씨는 무면허와 음주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시골 길이라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승합차 운전대를 잡고 귀갓길을 서둘렀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15분께 김제시 봉남면의 한 도로에서 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A씨가 빨리 길을 비켜주지 않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폭주 노인(暴走老人)'으로 돌변한 이씨는 갑자기 가속페달을 밟아 앞범퍼로 A씨의 다리를 들이받았다.

분이 덜 풀린 이씨는 "가소롭다. 죽여 버리겠다"라면서 평소 가지고 다니던 가스총을 A씨에게 겨눠 위협한 뒤 공중에 1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출동한 경찰관의 이마를 들이받기까지 했다.

특수협박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지난 9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이런 노인층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CG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7일에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80대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이모(71)씨가 구속됐다.

이씨는 지난 1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자택에서 술을 마시다 지인(87)을 살해한 후 금품을 빼앗고 시신을 훼손해 공사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험담한다는 이유로 이웃 3명에게 농약이 든 두유를 건넨 70대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에서는 70대 노인이 "욕을 하고 때리며 무시해 화가 났다"며 묘 이장 문제로 다투던 조카 2명을 엽총으로 살해하는 등 노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70대가 저지른 숭례문 방화사건과 전남 보성 70대 어부의 연쇄살인 사건은 대표적인 노인 범죄로 손꼽힌다.

일본사회의 노인 범죄를 분석한 '폭주노인'의 저자 후지와라 도모미 씨는 노인의 폭력성을 고독과 소외, 고립감,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부적응이 빚어내는 절규라고 설명한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격분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기적인 노인들을 저자는 '신 노인'이라고 이름 지었다.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우리 사회도 강 건너 불구경 상황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입건된 피의자 171만2천435명 중 61세 이상은 15만902명으로 8.8%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61세 이상 피의자는 13만1천33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 증가했다. 모든 계층의 범죄 평균 증가속도 3.2%의 세 배 수준에 이른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전체 범죄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04년 3.3%, 2006년 4.4%, 2008년 4.9%, 2010년 6%, 2012년 6.6%, 2013년 7%로 꾸준히 늘고 있다.

노인 문제는 복합적이다. 사회생활 은퇴에 함께 경제·육체·정신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급박한 변화에 그 충격은 더 크다. 이런 문제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노인의 불안은 커지고 영혼까지 잠식한다.

전문가들은 상실감과 소외·자괴감 때문에 아슬아슬한 삶을 사는 노인이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범죄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강황수 전북경찰청 수사과장은 "시대가 급격히 변하면서 인간관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이 고립·소외되면서 그 고독감이 폭력적으로 분출되곤 한다"며 "무엇보다 가족과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대양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노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데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충동조절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인들이 주로 사는 마을의 경우 주민들끼리 의견 충돌이나 다툼을 감정이 아닌 법의 테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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