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시뮬레이션 준비 서울소방재난본부 상일동 훈련 '눈길'

서울소방재난본부가 19일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원에서 지진 훈련을 하고 있다. 지현주 기자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전국 규모의 지진대피 훈련이 개최됐다.

19일 국민안전처는 제403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지진대피 훈련을 진행했다.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참여기관도 많았고, 진지한 훈련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후 2시, 경보 발령을 통해 훈련은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특히 서울 소방재난본부가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원에서 벌인 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 민관합동으로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2035개 기관과 시민단체ㆍ학생 등 3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부상자 이동과 화재대응과 대피훈련이 이루어졌다.

훈련은 의정부∼중랑천∼성남을 잇는 남북단층에 있는 경기 광주시 초월읍 남한산성 일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일어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치러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19일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원에서 벌인 지진훈련에서 승용차를 건져 내고 있다. 지현주 기자

도로가 마비돼 긴급 차량이 재난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상수도까지 파괴돼 소방 용수가 부족한 상황이 설정됐다. 가스 라인도 파괴되고, 통신과 전기도 차단되는 등 사회기반 시설이 모두 마비된 채 화재ㆍ붕괴ㆍ유해물질 누출ㆍ폭발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참가자들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매몰자를 구조한 뒤 힘을 모아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21만㎡ 68개동 건축물 훈련장에서 47개 복합재난의 현장대응과 지휘통제로 훈련이 실시됐다.

서울시는 지난 4개월간 국내외 자료조사ㆍ자문회의 등을 거쳐 완성한 '지진재난 표준행동절차'를 검증하기 위해 실질적인 초동대응을 통해 미비점을 발견하고 보완했다.

훈련들을 지켜본 전문가도 전시행정의 틀을 깬 소방사상 대규모 훈련에 대해 호평과 보완할 점을 내놨다. 서울훈련을 참관한 류충 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지휘부에 콘트롤 타워가 있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훈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현장은 우수하나 전체적으로는 지휘부를 통한 전체 상황분석과 우선 순위에 따른 자원 배치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베지진도 초기에 상황분석과 소방ㆍ경찰ㆍ군부대 배정에 수일이 걸렸는데 전체 상황판단 회의, 의사결정부분 등 훈련 시나리오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으로 참여한 김정숙 시민안전파수꾼협회 부회장은 "지진이 발생했을때 개방된 공간으로 대피한 시민들을 여진과 2차 사고를 막으려면 행동요령과 지속적인 방송을 통해 통제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19일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원에서 지진 훈련을 하고 있다. 지현주 기자

정부서울청사와 서울시청에서도 직원들이 경보음과 함께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손이나 가방, 책 따위로 머리를 보호하고 나오기도 했다. 서초동 삼성본관에서는 지진 경보음이 울리자 책상 밑 등으로 몸을 피했던 직원들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집결지로 이동해 심폐소생술 훈련 등을 했다.

전국의 어린이집도 침착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부산 영도구 영일유치원 누리터반 원생은 경보가 울리자 침착하게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시청각 자료로 지진대피훈련을 교육받은 원생들은 10여초 만에 대피를 마쳤다. "운동장으로 대피하라"는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머리에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3∼5세 원생 160여명이 운동장에 대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다.

세종시 한솔초등학교 학생도 책상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며 실제 상황인 것처럼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3분간 책상 아래서 몸을 피한 학생은 "교실 밖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에 따라 교실 후문을 통해 차례 차례 빠져나갔다. 학생ㆍ교사 740여명은 6분여 만에 안전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19일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원에서 지진 훈련을 하고 있다. 김자영 기자

훈련을 참관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지진대비 훈련을 해야 한다"며 "학생 여러분이 자고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어 지진대비 행동요령을 잘 기억해 여러분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63층 규모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한 20여개 공공기관 직원 1500여명도 훈련에 동참했다. 지진 상황이 발령되자 직원들은 책상이나 탁자 아래로 대피한 뒤 방송에 따라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향했다. BIFC 입주사 한국남부발전은 '화재용 긴급 대피마스크'까지 개인별로 지참하고 훈련에 동참했다.

옥의 티도 보였다. 국민의 대표기관 국회에서는 대피과정이 실제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 직원은 대피장소인 본청 앞 잔디광장으로 산책하듯 움직여 훈련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번 훈련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 정부,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참여했으며 시군구별로 1곳 이상에서 시범훈련을 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19일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원에서 지진 훈련을 하고 있다. 김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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