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중 서울아산병원 제외한 나머지 4곳 내진 설계 미흡

경주 등 한반도 남부 지역에서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면서 더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역이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형병원 상당수가 내진 설계에 허점을 보였다.

아직 수도권에는 지진 발생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의료기관이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 등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상당수가 내진 설계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몰리는 '빅5' 병원조차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하고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 모두 내진 설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재근 의원실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5대 병원 내진 설계 현황'을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내진 설계 대상인 장례식장과 주차장이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의생명연구원·암병원을 제외한 본관·어린이병원·소아교수연구동·장례식장 등 주요 건물 상당수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은 제중관1·제중관2(본부)·제중관3(외래) 등 총 11개 건물이 내진 설계 대상이었는데 그 중 4개 건물만이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전체 6개의 건물 중 본관을 제외한 별관·간호기숙사·근조부·서비스센터·연결통로 등이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인재근 의원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들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가 2015년 기준으로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이 55만5천명으로 1위를 기록했고 서울대병원이 45만4천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세브란스병원(44만7천명), 삼성서울병원(41만4천명), 서울성모병원(29만5천명)도 다른 의료기관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인재근 의원은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대형병원은 지진과 같은 국가적 재난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내진 설계가 아직 부족하다"며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지방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염동열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경북대병원은 의료동 12개 건물이 내진 설계가 되지 않았다.

염동열 의원실은 전남대병원 역시 총 9개 건물 중 6개 건물이 내진 설계 적용이 돼 있지 않아 지진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의료기관의 내진 설계 문제점이 조명됐으나 아직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내진 설계 적용의 의무는 없으나, 향후 적용되지 않은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 방법을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하겠다"며 "추후 혹시라도 지진이 발생할 때 환자의 위험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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