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선물 배달 안 돼도 '모른척' … 귀속된 돈 얼마일까

▲ 카카오톡
▲ 카카오톡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 받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카카오스토리나 밴드 등 SNS를 통해 지인의 생일을 알게 되면 커피 한 잔,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을 손쉽게 보낼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 

문제는 쿠폰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새 유효기간이 지나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환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근 내 카카오톡 선물함을 보게 됐다. 1년 전에 보낸 선물이 유효기간이 지난 채 상대방이 환급도 받아 가지 않았다. 상대방은 카카오톡을 탈퇴했는지 내 핸드폰에서는 (알수없음) 에게 보낸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누군지 모를 그 사람에게 '민망함'이 일었다. '뭔가를 선물해야 할 일이 있었으면 직접 건넸어야 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 기억하려 애썼으나 1년 전 일이다 보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 (알수없음) 이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카카오톡 선물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그는 "법상 그 (알수없음) 이 누구인지 나에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내가 그를 알고자 한다는 것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하기에 그만두라고 했다.

카카오톡 측에서 상대방에게 연락을 해 선물을 환급받도록 권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통화 결과 그 (알수없음) 은 환불받기를 거절하고 원래 선물을 했던 나에게 환불되도록 동의해 일정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이 내 계좌로 들어왔다. 결국 그 (알수없음) 이 누구였는지 알지 못했다. '민망함'은 돌아 온 돈과 함께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 담당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선물 대금을 결제할 때 유효기간이 지나면 나에게 환불이 되도록 선택할 수 있음도 알게 됐다.

그러나 선물하는 입장에서 나에게 환불되도록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소액이지만 그 지출이 정당하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몇 번의 노력을 거쳤다.

만약 내가 무심코 카카오톡 선물함을 보지 않았다면 내가 선물하기 위해 지불한 그 지출은 일정 기간이 지나 카카오 그룹으로 귀속 됐을 것이다.

선물을 받아놓고 무심코 잊어버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카톡 대화창 나가기를 한 후 나중에 쿠폰이 생각났으나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느니 '커피 한 잔 마신 셈 치자'며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처럼 환급을 받기 위해 몇 번의 전화를 하느라 마음을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카카오톡 선물하기 메뉴
▲ 카카오톡 선물하기 메뉴

대개 물건을 살 때는 '대접을' 받으며 편의를 제공 받는다. 하지만 환불, 취소, 하자 요청을 할 때는 까다롭고 귀찮은 절차를 거친다.

마치 내가 '트러블메이커'가 된 듯한 심정을 경험하면서 산다. 카카오톡은 문자메시지로 주고받던 대화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 후 연이은 신규 아이템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택시까지 부르는 등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을 일상화 시키며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환불은 별로 혁신적이지 않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연타석으로 나오는 혁신적 아이템 발굴을 환불 처리 분야에 반이라도 도입한다면 과거에 생각지도 못 했던 서비스를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하듯 환불 절차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말이다.

▲ 곽현희 전문위원
▲ 곽현희 전문위원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을 다루는 것이기에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카카오 선물 친구로부터 '귀하가 보낸 선물을 ○○○님이 유효기간 내 사용하지 않아 환불 처리가 필요합니다', '이용에 감사드리며, ○○○님에게 환불받을 것을 요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가 보낸 선물을 ○○○님이 지금 사용하였습니다' 등등의 메시지를 받으면 후속 조치도 가능하고 기분도 훈훈해 질 것이다.

나의 경우처럼 "1년이 지난 후 내가 선물을 하지 않은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고 뒤늦게 민망해 할 일도 없다. 그리고 귀퉁이에 작은 글씨를 링크해서 그 많은 내용의 약관을 읽어보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환불에 대한 절차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전화를 걸 때는 기계음의 설명을 다 들어보고 상담원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으로 걸어서 멘트가 나오면 몇 번을 누르면 된다'든지 하는 설명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적시해 줄 수는 없을까.

기업이 물건을 사는 소비자를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기울이는 그 노력을 물건을 환불하거나 취소하는 소비자에게도 느껴지도록 할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선물이 지출된 비용의 덩어리만은 아니라는 상식을 환기시켜 주고 싶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소비를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행복과 결부된 행위로 소비를 하는 것이기에 그 과정 전체를 존중받아야 한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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