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풍'과 '물폭탄' 탑재 제주지역 강타 피해속출

10월 태풍 '차바'가 '역대급 강풍'과 '물폭탄'으로 제주도를 강타한 뒤 5일 오전 남해안을 따라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제주시 고산에서 측정된 순간최대풍속은 56.5m에 달했고,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한때 시간당 1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어선이 전복되고 요트가 침몰해 1명이 실종됐으며 여객선이 좌초해 파도에 휩쓸린 선원 2명이 구조됐다.

수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는가 하면 체육시설이 파손되는 등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다.

하늘과 바닷길이 대부분 막혔고 주요 입산로, 해상교량의 통행이 통제되거나 제한됐다.

태풍이 제주를 지나 남해안을 따라 북동진하면서 전남과 경남 남해안 등에서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등대 집어삼키는 파도(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5일 오전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인근 등대에 높은 파도가 치고 있다. 2016.10.5 yongtae@yna.co.kr

◇ 초속 56.5m '역대급 강풍'에 산간 600㎜ 넘는 '물폭탄'

5일 오전 9시 현재 제주도 육·해상 전역과 남해서부 먼바다, 남해동부·서부앞바다, 울산, 부산, 경남(양산시·남해군·고성군 등), 전남(장흥군, 완도군, 강진군 등)에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대구, 광주, 경남·북, 전남·북, 서해남부전해상, 동해남부앞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발효됐다.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의 길목에 있는 '제주'는 태풍 영향권에 접어든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 7시 현재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624.5㎜, 어리목 516㎜ 등 산간에 많은 비가 내렸다.

산간 외 지역도 수백㎜의 비가 쏟아졌다.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 7시 현재까지 제주(북부) 172.2㎜, 서귀포(남부) 288.9㎜, 성산(동부) 133.9㎜, 고산(서부) 26.1㎜, 용강 385㎜, 태풍센터 28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라산 윗세오름에 한때 시간당 최고 17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것을 비롯해 산간 모든 지역과 제주시 아라동과 용강 등에서도 시간당 강수량이 최고 100㎜를 훌쩍 넘었다.

바람도 거세게 몰아쳐 최대 순간풍속이 고산에서 초속 56.5m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제주 47m, 성산 30.4m, 서귀포 22.2m 등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까지 남부지방과 울릉도·독도에는 50∼150㎜(많은 곳 : 전남 동부 남해안, 경남, 경북 남부 250㎜ 이상), 강원 영동, 충북, 제주도 30∼80㎜, 강원 영서, 충남 5∼40㎜, 서울, 경기 남부 5㎜ 내외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정전 복구(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가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5일 오전 서귀포시 법환동 법환초등학교 옆 야자수가 강풍에 쓰러지며 전신주를 건드려 인근 800여세대가 정전됐다. 한국전력 관계자들이 고소작업차를 이용해 전력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16.10.5 jihopark@yna.co.kr

◇ 정전피해 속출…오전 7시 현재 4만9천가구 정전, 복구율 65.3%

강한 비바람에 정전피해가 제주도 곳곳에서 속출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가 태풍 영향권에 접어든 4일 밤부터 5일 오전 4시 현재까지 서귀포시 법환동·하원동·서홍동·표선면·토평동, 제주시 구좌읍·한경면·조천읍 등 도내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이 오전 7시 현재까지 파악한 정전 가구는 총 4만9천여 가구다.

이 가운데 3만2천 가구는 복구가 완료돼 65.3%의 복구율을 보였다. 1만7천여 가구는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원동 일대 558가구는 지난 4일 오후 11시 33분께 정전이 발생했다가 1시간여만인 5일 0시 48분께 복구가 완료됐다.

4일 오후 11시 57분께 서귀포시 법환동 일대에서도 강풍에 야자수가 쓰러지며 전신주를 건드려 884가구가 정전됐다가 50가구가 복구됐으나, 다시 정전됐다. 법환동 정전과 함께 해군 제주기지전대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가 주요시설은 자가발전기로 복구되는 등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통제(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18호 태풍 차바가 강타한 5일 오전 제주시 한천교가 물에 잠기자 공무원들이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2016.10.5 koss@yna.co.kr

◇ 항공교통 차질·해상교통 통제…육상 교통망도 곳곳 생채기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이 42편이 결항, 승객 6천500여명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오전 7∼10시 국내외 항공편 42편이 태풍특보로 운항을 취소했다. 그러나 오전 10시 이후에는 항공기 운항이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태풍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특보는 낮 12시 해제될 예정이다.

제주공항에는 이날 출·도착 항공기 총 463편이 운항할 예정이다. 임시편 11편이 투입돼 결항편 승객들을 태워 나른다.

바닷길도 이날 제주를 찾을 예정이던 코스타 빅토리아호(7만5천166t)와 코스타 포츄나호(10만2천587t) 등 2척이 일찌감치 입항을 취소했으며 글로리 오브 더 씨호(2만4천427t)는 기항 일정을 잠정 미뤘다.

지난 4일에도 코스타 세라나호(11만4천147t)와 스카이씨 골든에라호(7만2천458t) 등 2척이 기항 계획을 취소, 다른 곳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사파이어 프렌세스호(11만5천875t)는 입항을 오는 7일로 사흘 연기했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9개 항로 15척의 여객선 운항도 이틀째 중단됐다.

목포, 여수, 완도를 오가는 모든 항로의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광주공항에서는 광주와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두편이 결항했고, 김포에서 여수공항, 무안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편도 모두 결항했다.

주요 입산로 통행이 통제됐고 전남 고흥 거금대교, 여수 거북선대교에 50% 속도 제한을 했다.

강풍에 파손된 타워크레인

◇ 선원 실종, 크레인 쓰러지고 펜션·가옥 침수

5일 오전 7시 4분께 제주항 제2부두에서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타려던 선원 추정 남성 1명이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오전 4시께에는 제주시 노형동의 한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강풍에 쓰러져 인근 빌라 쪽으로 기울자 빌라에 살고 있던 8가구 중 6가구 주민 8명이 주민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제주시 월대천이 범람하며 저지대 펜션과 가옥 등이 침수돼 관광객과 주민 수십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0시 40분께는 서귀포시 하예포구에 정박 중이던 서귀포 선적 유자망 어선 C호(5.7t)가 전복됐다. 비상대기 중이던 해경 122구조대 등은 현장에 출동, 선장과 함께 선박 고정 작업을 벌여 해양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시 한천이 한때 범람해 인근 주차장에 세워뒀던 차량 80여대가 휩쓸렸다. 산지천 하류도 범람 위기에 달해 남수각 일대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는 모 호텔 모델하우스가 반파됐다. 곳곳에서 수십 년생 가로수들이 부러지며 도로로 넘어져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

강풍에 파손된 제주복합체육관(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18호 태풍 차바가 강타한 5일 오전 제주시 오라1동 제주복합체육관 지붕이 반파돼 단열재로 쓰인 스펀지 등이 어지럽게 날려 널브러져 있다. 제주복합체육관은 2년 전 전국체전을 앞둔 2014년 6월에도 강한 돌풍에 의해 지붕이 파손된 적이 있다. 2016.10.5 bjc@yna.co.kr

◇ 전남·울산·부산 등도 정전·구조물 붕괴 등 피해 속출

이날 새벽부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선 전남과 경남 남해안에는 초속 30m를 넘는 강한 바람이 이어지면서 정전과 구조물 붕괴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11분께 여수시 안산동 부영5차 아파트를 비롯해 인근 소호동 일대 1천800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 여수지사는 1시간여 만에 아파트 900여 가구의 정전 복구를 마쳤으나 주택가 등 950여가구에는 여전히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또 이날 오전 5시 43분께 여수시 봉산동 한 모텔 주차장에서 덮개 구조물 일부가 파손돼 내려앉으면서 차량 2대가 파손됐다.

오전 7시 30분께에는 여수시 돌산읍 신복리의 주택 2채에 물이 가득 차는 등 주택 침수와 쌍봉동 사거리 등 도로 침수도 잇따랐다.

7시 36분께에는 여수시 봉산동 한 요양원에서 창문이 떨어진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삼일동 택지개발지구 도로변에서 승용차 1대가 침수됐다.

여수시 봉산동의 한 주유소에서는 강풍에 주유기가 넘어졌고 대형 간판이 쓰러지면서 공중전화 부스를 덮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7시 47분께 여수시 오천동 도로에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넘어져 도로 한쪽을 가로막아 지나는 운전자들이 교통에 불편을 겪었다.

오전 8시 현재 부산소방본부에는 유리창이나 창문, 간판, 현수막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총 54건 접수됐다.

전남과 울산시교육청은 이날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임시 휴업 조처를 내리거나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하기도 했고 일부는 등하교 시각을 조정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5시 48분께부터 침수된 하상도로인 부산 동래구 온천동 세병교와 연안교 하부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침수가 예상되는 부산 사상구 삼락체육공원 인근 도로에서도 차량운행을 금지했다.

김호천ㆍ김재선ㆍ고성식ㆍ변지철ㆍ전지혜ㆍ장덕종 기자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