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말 굳어 화재 땐 무용지물 소화기, 방화문 고정시키는 용도로 사용

서대문의 한 아파트상가에 들어서자 소화기가 방화문을 고정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점검표가 붙어 있나 살펴 보았지만, 정기적으로 점검을 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압력계를 살펴봤다. 정상치 보다 낮은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소화기를 들어 분말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이미 응고가 진행되고 있어 “툭툭 투둑” 하면서 굳은 분말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화재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배선장 SNS 1팀장

지인이 학원을 하고 있어 들려 보았다. 제가 갔더니 온 김에 자문을 하나 해달란다. 얼마 전 소방시설점검이 있었는데, 감지기 하나가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소방특급감리 자격을 갖고 있다는 직업정신을 버리지 못해 '구획된 방이 두개이니 두개를 설치하는게 맞다'고 조언했다. 지인은 같은층 종합 학원도 2년째 감지기 지적을 받았는데도 고치지 않고 버티다가 학원장이 얼마전 바뀌었는데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인 이 상가의 3층에만 독서실을 포함하여 학원이 여섯개 정도 있다고 한다.

실태를 한번 파악해 보고 싶은 마음에 학생들이 오가는 복도 소화기를 살펴 보았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응고가 상당수의 소화기에 진행된 상태였다. 의문이 들었다. 매년 소방시설점검을 하고 있는데, 왜 소화기가 관리되지 못하고 있고, 학원의 각방에는 감지기가 없는 것일까?

현재 상가 내 학원의 경우 소방서는 교육청에서 협조요청이 있을 경우만 학원 소방점검을 나가고 있다. 교육청은 신규 학원 설립이나, 사업주 변경시는 교실 구조변경신고 후 해당될 때만소방서의 완비증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학원 양수양도시 그 권리를 양수한 학원장이 개업을 빨리 하기 위해 교육청에 구조변경이 없는 것으로 허가를 받고 나서, 교실 증개축 등 내부 공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실정이다. 교육청에 교실을 축소하거나 늘릴 경우 신고를 하게 되어 있지만 소방법을 모르는 학원주와 인테리어 업자가 아이들의 소방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공사를 하다 보니 감지기나 소화기가 소방법에 따라 설치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소방점검업자의 소명의식 부재와 업무태만을 들 수 있다. 소방점검을 통해 지적사항은 시정하도록 해야 하고, 소화기 관리는 주기적으로 점검해 분말이 응고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함에도 일년에 한번씩 소화기를 팔기 위한 상술인지는 모르나, 소화기가 불량하니 교체하라는 지적만 했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낸다. 소방서에서는 교육청이 효과적으로 학원생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지도와 안내가 필요하다. 교육청에는 교실을 축소하거나 늘릴 경우, 학생들의 소방안전을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필히 소방전문가와 상의하라는 지침만 내려줘도 바람직할 것이다. 소방점검업자들 또한 내 아이를 보호한다는 소명의식으로 철저히 점검하고 지도에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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