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연구인력, 북한 지진국 5분의 1에 불과…'반짝' 관심 안 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전 센터장인 지헌철 박사는 최근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과 관련, 27일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특성을 분석한 결과, 고주파 에너지가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저층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응답 스펙트럼(반응 주파수 특성)을 분석해 내진 설계의 기초자료로 삼아야 한다"면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반짝' 관심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주는 규모 5.8 지진 이후 여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어느 정도 응력이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헌철 박사와의 일문일답.

-- 지난 12일 발생한 5.8 규모 경주 지진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나.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땅에 응력이라는 큰 힘이 축적됐다가 팽창하면서 경주에서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진이 남쪽으로 이동하다가 현재는 소강 국면에 접어든 상태이다. 새로운 단층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잠잠해질 수 있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소규모 지진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 이번 경주 지진의 특성은.

▲ 한반도 지진이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동안 규모 3∼4의 소규모 지진에 대한 분석 자료에서는 고주파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는데, 이번 5.8 규모 지진에서도 10Hz(헤르츠) 이상의 고주파 에너지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반도의 암반이 단단해 지진의 지속시간이 짧다는 뜻이다. 일본은 주로 지진의 지속시간이 긴 저주파 에너지에 의한 지진이어서 고층 건물에 큰 피해를 준다. 고주파 에너지의 경우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지만, 저층 건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저층 구조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 국내 지진 연구 현황은.

▲ 지진 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고 주로 역사적으로 발생한 지진을 평가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 자료를 가져와 연구하다보니 한반도의 실정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연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특히 해저 지질구조 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국내 지진 학회도 대한지질학회 내 지진분과위원회와 한국지구물리탐사학회, 한국지진과학회 등 3개뿐으로 교수 등을 포함해 전문가가 80여명에 불과하다. 1997년 만들어진 서울대 지진공학센터도 예산이 부족해 연구인력 몇 명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행정기관인 기상청을 제외하면 연구기관은 사실상 우리뿐인데,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인력도 박사급 9명을 포함해 37명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서 지진 규모 예측에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분석할 수 있는 학자들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앞으로 보완해야 할 연구 분야와 과제는.

▲ 한반도의 지진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반도의 응답 스펙트럼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내진 설계의 기초자료로 삼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내진 설계를 연구하는 지진공학자들은 많지만 지진 발생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자가 적다 보니, 최대 규모의 지진이 났는데도 원인조차 모른다. 북한 지진국은 지진 연구인력만 150여명에 달한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활성단층 조사는 오랜 시간 사람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 이번 경주 지진을 대규모 지진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 5.8 규모의 지진이 난 경주 지역은 그동안 계속 여진이 이어졌고, 어느 정도 응력이 해소돼 안정화된 것으로 본다. 땅이 받는 힘인 응력이 쌓일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수백년 이내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추가령 단층, 옥천 단층 등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지진 예측 기술은 발달돼 있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대 규모 지진이 6.5 정도라는 점 등에 미뤄 그보다 큰 지진은 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연구자로서 당부할 말은.

▲ 1995년 고베 지진을 계기로 지진재해 대응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대형 지진이 날 때만 이목이 쏠리고, 실제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연구 계획이 용두사미가 됐다. 1997년부터 활성단층을 제작하겠다던 연구도 기상청으로 과제가 넘어가면서 연구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없어졌다. 지금도 경주에 큰 지진이 나서 지진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다시 지진이 잠잠해지면 이대로 끝나버릴 수 있다. 일시적인 예산 지원보다 지진 전문연구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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