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균의 마인드세이프(mind safe) <4>

요즘 모공중파 방송국에서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 관객들이 평가해서 노래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뽑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얼굴을 가리고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로만 승부를 한다. 가면을 쓴 사람은 탈락하면 그 가면을 벗는다. 가면을 벗기 전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면은 탈이라고 한다. 탈을 쓰고 춤을 추면 탈춤이 된다. 봉산탈춤의 제 6과장 <양반전>이 있다. 이 양반전에는 말뚝이, 양반 삼형제 (샌님, 서방님, 도련님), 취바리가 등장한다. 춤꾼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탈을 쓰고 그에 맞는 인물을 묘사한다.

양반을 풍자하는 말뚝이, 말뚝이에게 조롱당하는 무식한 양반들,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취바리! 춤꾼들은 자신들이 쓴 탈에 맞는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심리학에서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말하는 말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스위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융(Jung)이 열등한 인격이자 자아의 어두운 면을 페르소나라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페르소나는 외적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하는 말이다.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페르소나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40대 중반 홍길동씨는 직장에서 직장상사의 가면을 쓴 인격으로, 집에서는 가장으로서의 가면을 쓴 인격으로, 주말 동호회에서 동호회 회장으로서의 가면을 쓴 인격으로, 동창모임에서는 친구의 가면을 쓴 인격으로 각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페르소나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 적합한 가면을 쓰고 행동해야 한다. 만일 홍길동씨가 직장에서 동호회 회장의 가면을 쓰고 행동하거나, 집에서 직장상사의 가면을 쓰고 행동하면 이상할 것이다.

페르소나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가면을 쓴 인격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부부는 남편과 아내로서의 가면을 쓰고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젊은 미혼 이성의 가면을 쓰고 다른 이성을 사랑하게 된다면 문제가 된다. 아버지로서 딸을 이성으로 생각하고 추행하면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맞는 가면을 쓰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만일 양반전의 말뚝이가 취발이처럼 힘과 권력을 쥔 행동을 한다면 분명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페르소나에 충실해야 한다. 아빠로서, 직장에서는 직장상사로서, 동호회에서는 동호회원으로서의 역할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상의 역할에 맞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 때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역할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한다”

안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각자의 본분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건설 사업장에서는 안전모를 써야 하고, 안전관리자는 관리하는 건물의 안전관리에 힘써야 한다. 만일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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