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라운드제로 등 미국 곳곳에서 추모행사 열려

약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테러 15주년인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뉴욕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 일명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의 국립 9·11 메모리얼박물관에서는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전 8시 40분부터 미국 국가를 부르고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가 시작됐다.

(EPA=연합뉴스) 9·11테러 15주년인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찾은 방문객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15년 전 이곳에서는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중에서 납치된 비행기 두 대가 쌍둥이 고층빌딩을 들이받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두 개의 빌딩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는 메모리얼박물관과 3개의 새로운 고층빌딩, 그리고 추모공원이 들어섰다.

이날 추모행사에서는 15년 전 비행기의 첫 번째 충돌이 있었던 8시 46분에 맞춰 종이 울렸고 모두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비행기가 빌딩과 충돌했던 9시 3분에도 종이 울렸다.

또 워싱턴DC에 있는 국방부로 비행기가 돌진했던 9시 37분, 월드트레이드센터 남쪽 빌딩이 무너졌던 9시 59분, 펜실베이니아 주 섈크스빌에서 비행기가 충돌했던 10시 3분, 그리고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빌딩이 내려앉았던 10시 28분에도 각각 종이 울렸다.

추모행사에서는 테러로 희생됐거나 구조작업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단상에 올라서 희생자의 이름을 부른 사람에는 유족뿐만 아니라 현 뉴욕시장인 빌 드블라지오와 전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와 루디 줄리아니 등도 포함됐다.

테러로 아들을 잃은 톰 애콰비아는 "15년이 지났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들을 결코 보낼 수 없다"며 절절한 사랑을 호소했고, 역시 아들을 떠나 보낸 도시 에스포시토는 "15년이 15초 같았다"며 악몽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심경을 전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도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다.

이들은 행사에는 참석했지만 2011년 이후 정치인에게는 발언권을 주지 않는 관례에 따라 마이크를 잡지는 않았으며, 이날 하루 동안 정치광고를 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광고도 중단했다.

클린턴은 행사 도중 어지럼증을 느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AP=연합뉴스) 워싱턴DC의 국방부 앞에서 열린 9·11테러 15주년 추모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백악관에서는 첫 번째 비행기 충돌 시간인 8시 46분에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국방부 건물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다양성을 강조한 뒤 "미국의 적들이 다양한 미국인을 서로 갈라놓지 못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9·11 테러리스트들이 노렸던 대상 중 하나였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미국은 이전보다 더 안전해졌다"면서도 "단독 또는 자생적인 테러리스트에 의한 잠재적인 테러 위협은 아직도 남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샐크스빌에 있는 플라이트 93 국립기념관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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