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전년 대비 40%∼100% 급등…값 올랐지만 작황 부진에 상품성은 떨어져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사는 주부 강모(59)씨는 추석 때 온 가족이 먹을 김치를 담그려고 지난 5일 오후 청주 최대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을 찾았다.

김장김치는 너무 익어 강씨는 매년 추석을 앞두고 새 김치를 담갔다.

그런데 올해는 좌판에 진열한 배추들의 상태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배추를 발견한 강씨는 상점 주인이 말하는 값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배추 1포기 가격이 무려 1만원이었다. 다른 상점을 돌아봤더니 가장 싼 배추는 포기당 8천원, 상태가 좋은 건 1만3천원까지 했다.

강씨는 고민 끝에 고르고 또 골라 1만원짜리 배추 5포기를 샀다. 8천원짜리 배추를 살까도 했는데, 이파리가 시들어 절반은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할 것처럼 보였다.

배추 사는 데만 벌써 5만원을 쓴 강씨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칫소 재료에 들어가는 채소류 값도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무는 개당 3천∼4천원, 쪽파 1단은 1만원 안팎, 고추(100∼150g)는 2천∼3천원, 마늘(1㎏)은 8천원, 양파는 5개가 든 작은 망이 3천원 정도 했다.

강씨는 "고춧가루, 소금, 젓갈 등 다른 속 재룟값까지 합치면 배추김치 5포기를 담그는데 10만원이 들었다"며 "추석을 앞두고 채솟값이 올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갑 열기가 무섭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풍요의 명절' 추석이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폭염으로 급등한 농산물값에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는 8천3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861원)보다 180.8%나 올랐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가격 변동 폭이 심해 105.8%가 급등했다.

김칫소에 들어가는 무는 개당 2천966원으로 전년보다 66.4%, 쪽파(1㎏)는 7천679원으로 전년보다 33.8%가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다른 김치용 채소도 마찬가지로 값이 올랐다. 얼갈이배추(1㎏)는 3천397원으로 전년보다 52%, 열무(1㎏)는 3천470원으로 전년보다 54.3%가 오른 값이다.

최근 한 달 새 가격 상승 폭이 가장 큰 채소는 시금치다. 시금치(상품·1㎏)는 현재 2만1천558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7천483원이었다. 무려 188%가 올랐다.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여름 내내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산지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석 수요까지 몰려 채솟값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부 이모(35·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준비하려면 장 볼 게 한둘이 아닌 데 채솟값이 워낙 비싸 차라리 다된 음식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 대목을 맞았지만, 채솟값 급등에 작황 부진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상인들도 울상이다.

육거리시장의 한 채소 상인은 "채소류 가격이 대부분 전년보다 평균 40∼100% 정도 올랐다"며 "값은 비싼 반면 채소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려 추석 대목인데도 매출은 평소만도 못해 맥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