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6>

각종 사건사고로 분주했던 2015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매년 12월이 찾아오면 마음이 들뜨는 이유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 서로에 대한 축하와 격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12월 한 달만큼은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을 눈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 속 염원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지난 7일 또 한 명의 소방관을 멀리 떠나보내야만 했다.

26년 동안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헌신했던 고(故) 이병곤 소방관 (54.소방령)은 지난 3일 발생한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사고로 그렇게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와 같이 근무했던 소방관들은 하나같이 ‘소방의 영웅’을 잃은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인들의 말을 빌리면, 화재사고가 발생했던 그날 저녁, 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한 팀이 바로 이병곤 소방관이 근무하고 있었던 평택소방서 포승안전센터라고 한다.

화재 당일 저녁 6시 12분은 현장에 출동했던 고 이병곤 현장지휘관과 그의 소방대원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붙였다.

서해대교에는 이미 어둠이 깔린 상태인데다, 통행하는 차량들은 위험을 향해 달려오고, 화재가 발생한 서해대교 주탑 2번 케이블은 지상 80m 높이의 교량 케이블 중간 부분이어서 접근마저 쉽지 않은 상황. 설상가상으로 강한 바람까지 불어와 소방호스를 가지고 현장에 접근하는 소방대원들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현장지휘관으로써 이런 사고현장을 지휘해야 했던 그의 고충이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오랜 현장경험에서 나온 구조본능 때문이었을까.

그는 신속하게 차량부터 통제해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챙긴 사람이다. 이병곤 소방관과 그의 팀원들의 이런 적극적인 조치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서해대교는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얼룩질 수도 있었다.

밀려드는 차량을 통제하면서 화재 진압작전을 전개하는 순간, 갑자기 끊어진 케이블이 서해대교 위를 지키고 있던 그와 동료 소방대원들을 덮친 것이다.

고인은 지난 26년 동안 수많은 현장에 출동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희망의 로프로 구조한 영웅이자, 소방의 반짝이는 별이었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많은 소방대원들이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소방. 경찰 및 관계 당국이 합심해서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확한 감식을 통해서 화재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병곤 소방관이 지난 세월동안 한결같이 말하고자 했던 뜻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새롭게 조명 해 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의 희생이 다시 따뜻한 격려가 되어 우리의 소방대원들을 지켜줄테니 말이다.

“최대한 예우를 갖춰 장례절차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는 경기도지사의 지시에 따라서 영결식은 지난 7일 경기도청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장에는 소방의 후배들에게 “게으르지 말고 자신의 임무에 더욱 매진하라”고 말하는 듯한 고인의 강렬한 눈빛이 담긴 사진이 걸려있었다.

2015년 12월 3일 서해대교에 떨어진 별, 이병곤 소방관의 명복을 빌며, 그의 솔선수범하는 봉사와 희생정신이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모든 소방대원들은 슬픔을 뛰어 넘어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할 때다.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남편이자,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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