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밀도 높고 노후학교일 수록 사고↑…'재발율도 76%'

학교 체육관에서 농구 수업을 하던 모 중학교 2학년 A양은 굴러간 공을 주우러 갔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A양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한 친구가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가 A양의 얼굴을 방망이로 내리쳤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A양은 아랫니 3개, 윗니 1개가 빠지고 윗니 3개가 부러졌다. 아랫입술은 심하게 다쳐 20여 바늘 꿰매야 했다.

A양의 사례와 같은 학교 내 안전사고가 최근 3년간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안전사고에 관한 통계는 집계됐지만 최다 발생 시기, 장소, 유형 등 안전사고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학교안전사고의 특성만 잘 파악해도 상당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학교 운동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학교안전사고 해마다 증가세…'넘어짐' 최다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제출받은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학교안전사고 원인의 심층 분석에 관한 연구(원진직업병관리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수행)' 보고서를 보면 2012∼2014년 전국 학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각 10만365건, 10만5천88건, 11만6천527건으로 매년 늘었다.

총학생 수 대비 안전사고 발생률은 같은 기간 1.36%, 1.47%, 1.67%였다.

학생 100명당 1.36∼1.67명꼴로 학교 내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재해율(0.6∼0.7%)보다도 높다.

안전사고 유형으로는 전도(넘어짐·37%)가 가장 많았다. 물체와의 충돌(32.5%), 사람과 충돌(13.3%), 찔림·베임(4.7%), 추락 (4.4%)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학교안전사고는 언제 가장 자주 발생하는 걸까.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시합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5월·목요일·체육 시간에 주로 발생"

월별, 요일별, 시간대별 발생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5월이 13.9%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4월(12.9%), 6월과 10월(11%), 3월과 9월(10%) 등의 순이었다.

요일별로(2014년 기준)는 목요일 20.7%, 금·화요일 19.8%, 수요일 18.8%, 월 18.1%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목요일에 체육 관련 행사와 야외활동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체육학교에선 월요일(중학교 24.6%·고등학교 20.8%)에 안전사고가 가장 잦았다. 주말에 운동량이 적었다가 월요일부터 운동량이 늘면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과 중 안전사고가 집중된 시간은 바로 체육 시간이었다. 2014년 발생한 학교안전사고 10건 중 3건(30.8%)은 체육 시간에 발생했다. 점심시간(18.6%)과 휴식시간(14.1%) 등 교과 수업 이외 시간에 생기는 사고도 상당했다.

다만 학교급별로 차이를 보였다.

중·고등학교는 체육 시간(고등학교 33.5%·중학교 36.3%)에 주로 안전사고가 생겼지만, 초등학교는 체육 시간(24.4%) 발생한 안전사고만큼 점심시간(24.1%)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유치원의 경우 일반수업시간(22.6%)에 안전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했다.

◇ "학생 밀도 높고 30년 이상 노후학교 사고 발생↑"

자녀가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달라졌다.

교사 1인 대비 학생수가 15명 이상으로 학생부담이 큰 경우 안전사고도 상대적으로 많이(10∼30회)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교사 1인 대비 학생수가 15명 미만으로 부담이 비교적 적은 경우에는 안전사고도 적게(10회 미만) 발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학교 면적대비 학생 수가 많아 인구 밀도가 높은 학교에선 10건 이상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비율이 38.9%로 높았지만 인구 밀도가 낮은 학교는 10건 이상 사고 발생 비율이 6.2%로 낮았다.

한번 안전사고가 발생한 학교에선 꾸준히 사고가 빚어지는 것으로도 나타나 사고 발생 학교에 대한 후속 조치와 지속적인 관리가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안전사고가 발생한 1만2천677개 학교 중 과거 3년간 빠짐없이 사고가 생긴 곳은 9천725개 학교로 76%를 차지했다.

또 30년 이상 된 노후학교에서 가장 높은 사고 발생률(75%)을 보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다발사고 유형화 필요…중대재해 지표 관리해야"

연구기관은 안전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 시기 등을 유형화해 사고 예방을 위한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5월과 목요일을 학교안전 주간으로 지정해 캠페인을 벌여 교직원과 학생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부족한 체육 공간, 신체조건에 맞지 않는 체육 장비, 부족한 체육 교사 등 교육여건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학교안전사고 예방의 질적 개선을 위해선 치료 일수, 학교 결석일수, 장애 발생 여부 등 개별 사고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중대재해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예산 및 행정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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